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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길진숙)
1강 철학, 생각하지 않음을 멈추기 _ 정승연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할까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할까?’라는 질문 | ‘철학’이라는 이름 | ‘원리’를 탐구하는 시야 | 어떻게 멈출 것인가? | 차이를 만든다는 것 철학 공부, 어떻게 할까 ‘어떻게’를 묻기 전에 생각할 것 |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 | 철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어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탈 것인가? | 어떻게 거인의 어깨에 오를 수 있을까? | 다시, ‘철학함’으로 2강 동양고전, 삶을 지탱하는 힘 _ 길진숙 동양고전, 왜 공부해야 하는가 신라 향가와 마주치다 | 본성에 대한 사유와 카타르시스 | 좌절을 이기는 힘, 고전 | 『장자』와 『논어』가 찾아오다 | 『논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 『장자』, 나의 윤리로 살고 있는가? | 망상을 깨는 망치 | 운명을 긍정하라 | 동양고전, 절실한 질문들 | 고전의 개방성과 무궁함 동양고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한문 공부, 어떻게 하면 좋은가 | 함께 공부하는 기쁨 | 언어 공부와 사유의 확장 | 삶의 기술이 되는 공부 | 어떤 책을 공부해야 할까? | 올리버 색스의 『깨어남』 | 독서, 다양한 세계와 연결되기 | 고전을 활용하기 3강 인류학, 다른 삶에 대한 열정 _ 오선민 인류학, 왜 공부해야 하는가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인류학의 열정 인류학,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인류학은 상대주의를 넘어간다 | 인류 최고(最古)의 문제는 공생 | 인류학 3단 콤보 : 읽고 답사하고 쓴다 인류학 기행문 쓰기 예시 :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지성과 영성 4강 신화와 종교,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 _ 김영 내면으로의 출발 제자의 자격 | 조신의 꿈 : 신화의 세 층위 | 심층종교, 내면의 신성 탐구 | 삶의 의미화 | ‘나’가 된다는 것 | 나를 확장한다는 것 | 캠벨의 3단계 : 출발-입문-귀환 | 선을 넘는 용기 진정한 삶에 입문하기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 | 시련과 재탄생 | 입문, 과거의 나를 버리기 | 신성혼과 신격화 | 귀환자의 소명 | 심혼, 영혼의 반려 | 『바가와드 기타』의 세 가지 가르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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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사태를 근본적인 지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말입니다. 이 역량은 결국 우리 자신을 지금과는 다른 존재로 만들어 냅니다. ‘나’란 무엇일까요? 매일 하는 일, 먹는 것, 언어습관, 관계, 읽는 책, 듣는 음악 등 우리가 반응적으로 자동화시켜 놓은 ‘관성’ 전체가 바로 나 자신을 이루고 있을 겁니다. 이는 그런 ‘나’ 너머에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진정한 나’가 환상임을 드러냅니다. 지금 사는 모습 그대로가 ‘나’인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반응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매일 하는 일이 달라지고, 먹는 것이 달라지고, 특정한 상황에서 반응을 멈추고 비로소 생각하게 된다면 말입니다. 저는 그게 ‘변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시 생산합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차이-생성’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철학’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초월한 특별한 무언가가 전혀 아닙니다. 매일 하는 말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짐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바꾸는,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것은 우리를 살아오던 대로 살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것은 우리를 진정한 의미에서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듭니다.
--- p.30~31 ‘철학사’란 이름 그대로 지금까지 있었던 ‘철학자’들의 생각을 연대순으로, 핵심만 요약해 놓은 텍스트입니다. 이를테면 그것은 ‘담론적 철학’의 ‘목차’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철학사’를 보면 놀랍게도 역사상의 철학자들의 답변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들이 풀려고 했던 문제는 비슷비슷하다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 다양한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리가 있는가’, ‘우리의 앎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사회적 규범과 나 자신은 어떻게 관계해야 하는가’, ‘우리가 선호하는 것들은 어떤 이유에서 선호되는 것인가’ 같은 물음들이 그것입니다. 요컨대, ‘철학사’를 통해서 우리는 이른바 ‘근본 문제들’이라고 하는 주요한 철학적 질문들에 대한 철학자 저마다의 답변을 들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철학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이전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던졌고, 그에 대해 어떻게 답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걸 보고 나면, 내 생각이 그렇게까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하고, 그 길로 가다 보면 어떤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지도 알게 됩니다. 말하자면, 내 생각, 상식, 통념들의 한계와 문제점 등을 새로이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p.41~42 장자가 진단하길, 세상에는 고정되어 있는 중심이 없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존재를 존재답게 하는 건 변화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편, 객관이라는 이름의 진리, 도덕, 상식, 법에 휘둘려 정작 돌봐야 할 것을 놓치고 살아갑니다. 영원히 정해진 룰도 도덕도 가치도 있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던져진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면서 세계와의 끊임없는 연결 속에 자신과 세계를 지속해서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삶입니다. 외부로 향한 가치들을 나 자신으로 수렴해서 그것이 나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인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 장자의 전언입니다. --- p.76 번역된 고전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원문을 읽고자 하는 욕심이 분명히 생깁니다. 언어마다 사유의 패턴이 다르고, 뉘앙스가 다르기 때문에 원문을 읽으면 컨텍스트에 충실한 독해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번역본으로도 의미가 충분히 들어오기는 하지만, 원문을 강독하게 되면 어떤 개념이나 내용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소화해 달라고 웅성거립니다. 전체 맥락에서 스타일이나 의미가 더 분명하게 이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부를 할 때 듬성듬성 뛰어넘는 식으로 텍스트를 읽는 분들도 원문을 읽게 되면 보이지 않던 언어의 밀도와 사유의 강도를 포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p.94 여기서 잠깐 민족학과 인류학을 구분해서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민족학이란 말 그대로 특정한 장소에서 사람들이 만들어 낸 습속의 총체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여기서 중시되는 것은 그 민족의 특수성입니다. 만약 레비-스트로스가 ‘보로로족의 혼인 생활’이라는 주제로 연구했다면 그는 민족학자가 됩니다. 그런데 레비-스트로스는 보로로족이나 카두베오족을 전부 인류의 구성원으로 보았고, 각각의 문화적 차이를 초월하는 인류 공통의 근원적 사고법을 통찰해 냈습니다. 그것이 『슬픈 열대』(1955)와 『야생의 사고』(1962), 『신화학』(1964~1971)입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책들에서 유럽식 철학을 그저 하나의 사고의 예로 넣고 논했습니다. --- p.136 인류학은 타자의 일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배우려는 학문입니다. 인류학에서는 이 배움의 방법이 독특합니다. 늘 누군가의 ‘구체적 일상’ 속으로 들어가서 연구하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부족 공동체가 숲의 동식물과 관계 맺는 양식이라든가, 그들 내부 구성원과 약속을 맺는 방법을 직접 따라다니며 조사하는 것이 인류학 연구 방법의 주요 공식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일상에서 식기를 사용하는 법, 장신구를 두르는 법처럼 사소해 보이는 문제를 깊이 관찰합니다. 너무나 사소해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인류학자에게는 모두 귀한 연구재료가 됩니다. 인류학자가 일상의 세부에 주의를 두는 까닭을 ‘전체성’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은 마르셀 모스(Marcel Mauss)가 『증여론』에서 ‘총체적 사회의 진실’이라는 말로 제창한 것입니다. --- p.154~155 인도에서는 공부를 하는 데 ‘제자의 자격’을 요구합니다. 인문학은 이성의 학문이고 머리로 할 수 있는 학문이죠. 대체로 이성의 영역, 즉 로고스의 영역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고스에 대비되는 개념이 에로스죠. 에로스는 보통 사랑이나 자비, 연민 같은 말로 번역되는데, 저는 직관 혹은 지혜라고 번역하려고 합니다. 배워서 알 수 있는 지혜가 아니라 직관으로 느껴야 하는 지혜가 에로스죠. 인문학의 영역에서 신화와 종교의 영역으로 건너뛰는 것은 로고스에서 에로스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인데, 이때 제자의 자격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도에서는 인생의 전반부를 마무리하지 못한 사람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뜻일까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안다고 자처하는 에고가 확실히 구축되지 않으면, 이 신비와 직관과 지혜의 영역에 들어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그 영역에 들어갔을 때, 부서질 에고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p.196~197 태어난 뒤 아이는 여러 발달 단계를 거치면서 아버지의 세계에 들어갑니다. 사회구성원으로 길들여지는 거죠. 아버지가 주관하는 잔혹한 길들이기가 바로 입문, 즉 성년의례입니다. 반드시 아버지가 입문식의 사제가 되는 건 아니고, 어머니가 사제 역할을 하기도 해요. 성별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 가운데 누가 법과 질서를 대표하는지가 관건입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아버지가 세상의 질서와 잔인함을 상징하죠. 아버지가 더 엄격하잖아요. 법과 질서, 규칙과 가치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뒤, 사회구성원으로서 공인받는 것이 성년의례입니다. 하지만 캠벨의 입문은 반대예요. 사회의 가치관을 내재화한 성인은 주입받은 욕망과 가치를 자기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이 착각, 곧 부모와 사회의 영향을 깨뜨리는 것이 캠벨이 말하는 입문입니다. 지금까지 갖춰 온 ‘나다움’을 완전히 깨 버리는 과정이에요. 부모가 기대하는 것, 사회가 요구하는 것, 세상이 주입해 온 것, 그 모든 것을 깨뜨리지 않으면 내 참된 욕구와 가치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 p.236~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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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why & how 인문학 강의』는 철학, 동양고전, 인류학, 신화와 종교, 이 네 개의 인문학 분야를 가로지르며 “인문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해당 분야를 꾸준히 공부하면서 여러 인문학 공동체에서 강연과 세미나를 진행해 온 필자들은, 자신의 삶을 관통하고 변화시킨 인문학 공부의 경험을 토대로 인문학을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점에 매혹되어 공부를 계속해 왔는지를 진솔하게 풀어내며 더 많은 이들에게 ‘인문학 공부’로의 초대장을 전한다. 1강에서 정승연은 철학을 “생각하지 않음을 멈추는 공부”라고 정의한다. 철학은 지식을 쌓는 학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동적으로 반응하며 살아오던 삶의 관성을 멈추게 하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철학 공부는 사유의 기술을 익히는 일이자, 스스로를 이전과는 다른 존재로 다시 생산하는 ‘변신’의 과정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2강에서 길진숙은 동양고전을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제시한다. 고전은 읽는 사람의 삶과 충돌하며 끊임없이 새롭게 작동하는 살아 있는 언어다. 신라 향가를 만나 동양고전의 세계로 뛰어든 경험, 『논어』와 『장자』를 통해 삶을 다잡은 경험을 통해 고전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자기 삶의 기술로 삼을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안내한다. 3강에서 오선민은 인류학이라는 학문의 궤적을 추적하면서, 단순한 문화 비교나 상대주의가 아니라 타자의 삶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인류학을 소개한다. 레비-스트로스, 말리노프스키, 마거릿 미드 등의 사유를 따라가며 읽고, 답사하고, 쓰는 인류학 공부의 실천적인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4강에서 김영은 신화와 종교를 ‘인간 내면으로 향하는 여정’으로 풀어낸다. 본인의 에고를 확립하는 과정을 예시로 삼아 분석하고, 프로이트와 융, 조지프 캠벨 등의 사유를 경유하면서 인간이 자기 에고를 넘어 확장된 존재로 나아가기 위한 공부가 곧 종교와 신화임을 보여 준다. 이처럼 네 명의 필자는 4인 4색의 방식으로 인문학을 이야기하지만, 인문학 공부가 자신을 변화시키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공부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지식을 쌓아 자신을 강화하는 공부가 아니라, 일상화된 고정관념을 깨고, 과거와 미래, 나와 타자를 넘나들며 자신을 넘어 세계와 연결되는 공부, 그것이 이 책 『why & how 인문학 강의』가 말하는 ‘인문학 공부’의 본모습이다. 지은이의 말 필자들은 자신들이 체험한 바 그대로, 4분야 4색으로 인문학 공부의 WHY와 HOW에 답하고 있습니다. 철학으로 답한 정승연은 ‘철학함’이 무엇인가로부터 시작하여 ‘생각하지 않음’을 멈추는 공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반응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을 애써 생각하게 하는 철학, 그 방법을 체계적으로 꼼꼼하게 알려 줍니다. 철학 공부를 하면 빈틈없는 논리가 가능해지리라, 공부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글입니다. 동양고전으로 답한 길진숙은 동양고전과의 우연한 마주침으로부터 시작하여 인간존재의 근원적 인식에 이르게 되는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에고에 묶이지 않고, 세상에 예속되지 않고 자유인이 되는 기예가 담긴 고전과 책들을 편력하면서 읽는 법을 안내합니다. 인류학으로 답한 오선민은 인류학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통해 타자의 일상을 배우는 인류학을 탐사합니다. 레비-스트로스, 클라스트르, 말리노프스키, 마거릿 미드 등의 인류학자들에 대한 소개와 인류학 답사기를 쓰는 방법까지, 인류학 공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신화와 종교로 답한 김영은 카를 융과 조지프 캠벨을 통해 신화와 심층종교에 대한 공부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나를 세우고, 신성한 나로 나아가는 과정이 신화와 종교를 공부하는 과정임을 보여 줍니다. 화석화되지 않고 선을 넘을 용기를 갖는 법을 명쾌하게 알려 줍니다. _ ‘머리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