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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오선민
북드라망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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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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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 폐허 한가운데서 살아남기

1. 오무의 부해 : 변하고 썩는 원더풀 라이프
생명을 부르는 썩은 바다 / 민주주의 풍차 왕국 / 생명은 끝이 없는 길을 간다
2. 바람의 전쟁─다정함으로 끄는 나르시시즘의 불
전쟁, 욕망을 가진 자의 숙명 / 헌신, 자기애의 광기를 넘어서는 힘
3. 나우시카─메시아가 아니라 샤먼으로
캐릭터의 주변성과 괴물성 / 오무는 고뇌한다 / 거신병은 베푼다 / 나우시카는 치유한다

천공의 성 라퓨타 : 하늘을 향한 나무의 꿈

1. 천공의 성─기계의 정원, 인간의 무덤
자율의 광산 골짜기 / 하늘 문명의 무덤 / 욕망의 풍선 비행기
2. 고공비행─탐욕의 대지로부터 이륙하기
낮게 나는 비행기의 높은 꿈 / 하늘의 희비극 / 인간을 잇는 날갯짓
3. 거신병─정원을 가꾸는 현실주의자
너의 능력을 껴안아라 / 먹고 시작하자 / 기계도 나무의 자식이다

이웃집 토토로 : 벌레의 세계, 나무의 세계, 사람의 세계

1. 이웃의 토토로집─씨 뿌리는 사람의 아지트
창발하는 일들의 숲 / 작은 틈의 큰 신비 / 정령의 생명 저장고
2. 기다리고 선물하기─희망의 합창
처진 어깨와 펴진 빨래의 이중주 / 도토리의 돌림노래 / 서로의 어려움을 지켜보기
3. 사쓰키와 메이─제각각으로 크는 아이들
토토로는 미스터리 / “이상한 정상 가족” / 자기답게 뒹굴방굴

마녀 배달부 키키 :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서

1. 십대의 방─시계도 전기도 없는 자기만의 어둠
시계 없는 마을과 시계 있는 마을 / 마녀를 굽는 빵집 / 스스로 빛나는 자의 숲과 바다
2. 어른이 되기─가끔 우울하지만 계속 꿈꾸는 일
마녀의 추락 / 풍요의 그림자 / 재능이 아니라 소망이 결정한다
3. 마녀 키키─스스로 빛나는 배달부
배달의 키키 / 사람을 실어야 하는 빗자루 / 반짝이는 나의 지도

붉은 돼지 : 반인간주의 선언

1. 이소노미아의 아드리아해─섬들의 바다, 자유의 하늘
전체주의는 도시를 좋아해 / 아나키즘은 군도를 좋아해
2. 저공비행─니힐리즘을 떨치는 곡예
체리가 익어 갔던 계절 / 유치원에 간 사나이 / 꿈도 삶도 무궁무진 / 한 편의 영화처럼
3. 돼지 인간─파시즘에 맞서는 연예 대통령
돼지코와 검은 구멍 / 구겨진 옷과 펴진 얼굴 / 와이셔츠 입은 웃음꾼

모노노케 히메 : 숲과 철의 공존

1. 신의 땅─자연과 문명의 저편
맑은 눈들의 동쪽 / 붉은 손들의 서쪽 / 순환하는 온 생명의 심장부
공생의 조엽수림 문화론
2. 철의 전쟁─에고이즘의 신이 죽는다
‘자기’라는 신 / 죽는 자가 죽인다 / 이해로 살리다
3. 괴물 아시타카─비틀거리는 생명 파수꾼
숲의 얼굴은 사슴 / 악마는 없어 / 답 없는 길 위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만물생명교를 따르다

1. 신들의 온천 ―있었고, 있고, 있을 자들의 세계
관계의 심층으로 / 약속의 온천장 / 800만의 공간, 800만의 신, 800만의 인연/ 왜 하필 신들의 온천일까?
2. 인사의 마법─거식증과 폭식증 치유법
네가 먹는 것이 바로 너 / 모든 손이 필요하다
3. 10살 치히로─이름이 많은 모험가
표정이 멋진 아이 / 부르고 불리는 애니미즘

하울의 움직이는 성 : 청소가 필요한 마음

1. 움직이는 성─황야를 방황하는 욕망의 감옥
터지는 욕망, 텅 빈 마음 / 예쁜 것들의 전쟁 통 / 신체는 여러 마음의 복합체
2. 늙음의 저주─운명애를 가르치는 축복
내 발목을 내가 잡기 / 저주의 동화학 / 나이에 구애받지 않음이 자유
3. 할머니 소피─날마다 예뻐지는 청소부
청소하는 인류 / 쓸고 닦는 능력 / 고집을 버린 윤택함

벼랑 위의 포뇨 : 경계에서 꽃이 핀다

1. 해일의 바다 ─한계가 출렁이는 곳
사라진 직선 / 벼랑, 탈영토화의 첨점 / 곡선의 혁명
2. 물고기의 인간 되기 ─달리고 먹고 웃겨라
인간과 비인간 / 뛰는 파도 / 포크를 든 인어공주 / 웃겨야 사는 인간
3. 포뇨와 소스케 ─변화무쌍한 어머니와 그의 자식들
소년 시대 / 지키려는 자, 변하려는 자 / 다산(多産)의 미야자키

바람이 분다 : 모순을 껴안고 꿈꾸기

1. 푸른 하늘 ─꿈과 광기의 왕국
새처럼 날고 싶어 / 꿈꾸는 자는 꿈처럼 산다
2. 기차 여행 ─속도의 열정과 진보의 배신
레일 위의 종이비행기 / 철마의 눈물
3. 설계사 지로 ─아름다운 지옥의 순교자
평범함의 무시무시함 / 어떤 바람도 탈 수 있는 날개가 되어 / 그대 오늘도 꿈꾸는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그대들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1. 사라진 하늘, 닫힌 터널─진리 없는 세계
미야자키의 변신 / 모든 왜가리는 거짓말을 한다고 왜가리가 말했다 / 높이가 사라진 하늘 /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2. 엄마를 살려라? ─먼저 구해야 할 것은 자기
네 머리의 피를 보라 / 내일의 잼을 먹자 / 분신(分身)을 찾아라
3. 방랑자 마히토─책의 벗, 길 위의 우정
미야자키를 찾아라 / 빛이 없는 길을 친구와 함께 / 나를 배우는 자는 죽는다 / 질문을 품고 인연을 따라가라

보론 : 애니메이션, 물신주의를 강타하는 활력(animacy)의 태풍

참고한 자료들

저자 소개 1

동화인류학자. ‘인문공간 세종’ 연구원. 대학원에서는 한국근대문학을 전공했다. 마르셀 프루스트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읽으며 위대한 작가가 되려고 했으나 실패!^^ 모든 글은 시도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이치 하나를 얻고 근대문학의 산에서 하산했다. 그때부터 어딘가에 있을 훌륭한 진리를 찾아다니는 대신 발밑의 작은 것들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인문공간 세종’에서 만난 친구들과 동화, 전설, 민담 등 옛이야기를 읽으며 밥하고 청소하기의 인류학을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책(『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되찾은 시간 그리고 작가의 길』)과 카프카에 대한 책 두 권(『자유를
동화인류학자. ‘인문공간 세종’ 연구원. 대학원에서는 한국근대문학을 전공했다. 마르셀 프루스트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읽으며 위대한 작가가 되려고 했으나 실패!^^ 모든 글은 시도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이치 하나를 얻고 근대문학의 산에서 하산했다. 그때부터 어딘가에 있을 훌륭한 진리를 찾아다니는 대신 발밑의 작은 것들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인문공간 세종’에서 만난 친구들과 동화, 전설, 민담 등 옛이야기를 읽으며 밥하고 청소하기의 인류학을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책(『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되찾은 시간 그리고 작가의 길』)과 카프카에 대한 책 두 권(『자유를 향한 여섯 번의 시도: 카프카를 읽는 6개의 키워드』와 『카프카와 가족, 아버지의 집에서 낯선 자 되기』)을 냈으며, 『그림 동화』를 인류학적 시선으로 읽은 책(『시작도 끝도 없는 모험, 『그림 동화』의 인류학』)을 시작으로 『슬픈 열대, 공생을 향한 야생의 모험』을 펴내는 등 ‘인류학’을 모험 중이다.

오선민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1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488쪽 | 484g | 130*200*25mm
ISBN13
9791192128580

책 속으로

미야자키의 주인공은 특정한 서사 유형을 따르지 않는다. 적대자가 악인도 아닐뿐더러, 조력자 역시 주인공 발목 잡기 일쑤다. 선악을 할당받은 이들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주인공도 착하지 않다. 미야자키의 활력 넘치는 주인공은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자기 안에 내재한 무궁무진한 능력을 힘껏 꺼내어 쓰는 자’라고 말이다. 그것은 자신도 잘 모를 그런 능력들이다. 미야자키는 자기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용감히 운명을 향해 돌진하는 모험가의 생명력을 사랑한다.
---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 폐허 한가운데서 살아남기」 중에서

미야자키는 하늘을 향한 희비극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광산 마을 출신인 파즈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것은 ‘높이 생각하고 낮게 난다’이다. 하늘을 향해 눈을 높이 두는 것은 좋다. 하지만 발은 땅을 딛고 있어야 한다. 발을 땅에 붙인다는 것은 자기 자리를 본다는 것이고, 그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할 일을 찾는다는 것이다. 광산 마을 사람들처럼 자기 조건을 사랑하는 자에게만 더 나은 내일이 허락된다.
--- 「천공의 성 라퓨타 : 하늘을 향한 나무의 꿈」 중에서

살면서 우리는 뭔가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대상이 도착해도 다시 또 기다릴 일만 있다. 그런데 우리 자신을 한없이 작게 만들고 가끔 방바닥에 쓰러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 목적들은 언제나 일상의 거대한 리듬에 다시 파묻힌다. 그러므로 어떤 목적을 보고 가더라도 자기 일상을 튼튼하게 살아 내는 일이 중요하다.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를 개고 잠을 자자. 이 평범함이야말로 모든 기다림을 이어 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 「이웃집 토토로 : 벌레의 세계, 나무의 세계, 사람의 세계」 중에서

수련이란 재능과 꿈을 발견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가진 조건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능력이야 거기서 거기다. 천재라지만 역사 속에 그런 천재는 많고 많다. 문제는 자기가 가진 바를 귀하게 생각하고, 그 쓰일 바를 고민하려는 진심에 달려 있다. 키키는 우르술라의 숲에서 자기답게 날아야 함을 이해하게 되고 잃어버린 마력에 대해 조금은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마법을 다 잃어버려도 얼마든지 살아갈 길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키키에게는 그것 말고도 좋은 능력이 많을 테니 말이다. 이처럼 애니미즘은 각자의 활력을 고민하는 사고법이다. 자기 능력과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애니미즘적 실천일 수 있다.
--- 「마녀 배달부 키키 :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서」 중에서

웃느라 눈가의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들의 얼굴은 어떤 죽음도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이들을 겁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미야자키가 여성들의 활력을 아주 높이 평가하는 부분과도 관련된다. 포르코가 주유를 위해 찾아간 아드리아해 어느 섬에는 공황이 닥쳤네, 전쟁이 시작될 것이네 하면서 매일같이 걱정만 하는 아저씨들이 있었다. 그곳에서도 까페 여주인은 그런 불평 따위 더 들을 필요 없다며 당장의 가게 살림에 힘쓴다. 피콜로 씨의 공장에는 여성들이 있고, 작업하는 중간중간에 아이들이 쇠 굴리기를 하면서 놀고, 포르코는 그것을 지켜보며 공장 구석에 앉아 갓난아이의 침대를 흔든다. 비행기가 결국은 죽음을 부르더라도 비행기를 낳은 그 모성의 힘은 죽음을 초월한다. 생명은 중단 없이 자기 힘을 세상 속으로 밀어붙인다. 그러니 내가 누군가를 살리지 못해도 괜찮다. 다른 이가 살릴 것이며 삶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 「붉은 돼지: 반인간주의 선언」 중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절망이나 잔인함 같은 부정적 정서를 없애야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생명의 본질 안에 있다. 나 아닌 것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 생명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진화에는 어쩔 수 없이 적대심이 들어간다. 미야자키는 이런 적대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낳는 증오의 감정과 함께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원망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모노노케 히메 : 숲과 철의 공존」 중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만물의 생명력을 논하는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만물이 서로를 어떻게 지탱하는지, 우리가 연결의 심원한 그물 안에서 어떻게 멋진 삶을 살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미야자키에 의하면 관계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생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나는 존재는 없다. 이 능력을 얻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무기력의 늪에 빠져 시작도 끝도 없이 허우적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각자는 만물의 우주적 관계성 속에 놓인 자기 자리를,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찾아야 한다.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만물생명교를 따르다」 중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늙으면 자유로워진다고 한다. 우리의 주름은 우리가 만나고 헤어진 모든 관계가 만든 인생의 무늬다. 그런 무늬는 관계를 엮고 풀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쭈글쭈글 개성이 생긴다. 새싹과 같이 푸릇푸릇 팽팽한 것으로 생명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미야자키는 노년의 구부러진 허리에서, 자글자글한 주름에서 능동적으로 인생을 만들어 가는 생명의 힘을 본다.
--- 「하울의 움직이는 성 : 청소가 필요한 마음」 중에서

여기와 저기를 나누지 않을 때, 좋은 일 안 좋은 일을 그 자체로 따지지 않을 때,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꽉 차 있었던 세계관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물고기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인간해일의 바다?―?한계가 출렁이는 곳이 된다. 이것이 〈벼랑 위의 포뇨〉의 주제이다.
--- 「벼랑 위의 포뇨 : 경계에서 꽃이 핀다」 중에서

미야자키는 지로의 날개 집착을 통해 난다는 것의 어려움을 강조한다. 키키처럼 주문만 외우면 되는 일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온 열정을 다해야지만 우리는 겨우 날 수 있다. 자기답게 하늘과 만나고 그러면서도 모두를 즐겁게 하는 일이란 그처럼 어려운 것이다. 미야자키는 우리 각자에게 ‘어떤’ 비전을 가질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어떤 비전이라도 좋다! 다만 정말로 실현시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바람이 분다 : 모순을 껴안고 꿈꾸기」 중에서

아랫세계에서 마히토는 어떤 불확실함, 어떤 오류에도 결과를 걱정하지 않는다. 엄마의 생사를 몰라도, 엄마가 살아 계시다는 말이 틀렸어도, 엄마를 찾으러 가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령 내가 거짓을 따라가고 있다 해도 그 길에서 나만의 경험을 할 테니 괜찮다. 마히토의 엄마인 히사코는 아랫세계에서 유년의 히미로 나타나는데, 아랫세계를 버리고 윗세계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다. 내가 죽겠지만 멋진 아들을 만나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결과가 나쁠 것이면 그 일은 하지 않아야 하는가? 좋은 일, 훌륭한 사람만 쫓아가야 하는가? 내가 하는 이 선택이 나에게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것을 ‘알아도’ 그것을 선택하지 않을 수는 없을 때가 있다. 그러니 참과 거짓, 진리와 오류를 다 따지지 말자.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그대들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중에서

출판사 리뷰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지은이 인터뷰

1. 책 제목이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입니다. 책 제목을 키워드 삼아 한 가지씩 여쭙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미야자키 하야오’인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선생님께서 이전에 소개하신 프루스트나, 카프카, 레비-스트로스 등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왜 미야자키 하야오가 선생님의 눈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요?

저는 코로나 이후로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이례적이었던 이번 여름에는 말 그대로 ‘우리’가 ‘같은 태양’ 아래에 있음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노랗게 변하기도 전에 타 버린 은행나무라든가 휴가도 없이 일하는 에어컨이라든가, 많은 것들이 같이 폭염을 겪었어요. 저는 나 아닌 것, 인간 너머의 것, 보이지 않는 것들과 함께 있다는 생각에 숙연해지곤 했습니다. 만물 관계학이랄까, 그런 주제에 관심을 두고 여러 작가들을 찾아보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벌레에서부터 기계에 이르기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마음이 있다고 말하고, 숲과 철의 공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바라보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공생에 대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입장은 기계나 정령까지도 인류의 동반자로 보는 정도였습니다.

초기작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는 환경오염으로 썩어 버린 대기 아래에서 방독면을 쓰고 겨우 버티며 사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딱 코로나 시절을 떠올리게 하지요. 80년대 중반 영화인데요, 미야자키는 그때부터 우리가 지상의 누군가가 뱉은 숨 덕분에 산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공기가 없으면 새는 추락하고 동물은 질식합니다. 내 공기, 네 공기를 나눌 수 없듯 우리는 숨을 나누며 함께 삽니다. 사실 제가 프루스트나 카프카와 같은 근대 소설가에 관심을 둔 것도 자의식 과잉으로 치닫지 않는 열린 글쓰기의 모범을 찾기 위해서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무문자(無文字) 사회의 신화를 연구한 레비-스트로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언어화된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로 소통하는 애니메이션에까지 이르게 되었네요.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보다 멀리, 보다 깊게, 많은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설명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2. 두번째는 ‘일상’인데요. 애니메이션이 으레 그렇지만 미야자키 작품 역시 등장인물이나 스토리, 소재 등을 떠올려 보면 온통 비일상적인 것들뿐입니다. 마녀나 요괴(또는 요정)라든가, 저주라든가, 죽은 엄마를 만난다든가 하는 것처럼요. 그럼에도 선생님께서 미야자키 작품에서 발견하신 ‘일상’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배경이나 캐릭터 측면에서는 완전히 비일상적인 소재를 갖고 옵니다. 그런 경향이 첫 작품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부터 최근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줄곧 이어집니다. 지구 멸망의 날이라든가, 천공의 성이라든가, 800만 신들의 온천장이라든가, 인어가 태어나는 바다라든가 상상을 초월하는 시공간이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지요. 그 안을 따뜻한 마음을 지닌 거대 벌레와 정원을 가꾸는 로봇, 푹신한 나무 정령의 토토로, 돼지의 얼굴을 하고 하늘을 나는 비행사 등이 돌아다닙니다. 보고 있으면 세상의 비밀스러운 한 부분을 엿본 것처럼 흥분됩니다.

하지만 실제 벌어지는 사건은 누구라도 알 만한 일상적인 것들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저주 풀기’라는 마술적 테마를 좋아하는데, 그 방법도 청소라든가 요리와 같은 일상의 노동에서 찾습니다. 사람이든 요괴든 밥을 먹어야 하고, 잘 쉬며 놀기도 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특히 청소하는 장면을 많이 그립니다. 청소란 닦고 쓸며 제 자리에 물건을 두는 일 아니겠습니까? 각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살아야 모두 상쾌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미야자키는 주인공들이 막 이사 온 집이나 큰 목욕탕 바닥을 닦는 모습을 그리면서 서로의 자리와 자기의 자리를 잘 살피며 하루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내 존재의 근간을 채우고 있는, 근본적 관계들을 보라는 의미로 일상 묘사를 강조한 것이지요.

3. 세번째는 ‘애니미즘’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애니미즘이란 어떤 것이며, 선생님께서 그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소개해 오신 인류학과 통하는 지점은 어떤 것일까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애니메이션(animation) 감독인데요, 애니메이션이라는 말 자체가 애니미즘(animism)에서 왔습니다. 활기(animacy)란 곧 생명력이고 이 힘이 발휘되어야 할 유일무이의 시공간이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책의 제목을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으로 했습니다. 애니미즘은 19세기 인류학자 에드워드 타일러(Edward Burnett Tylor, 1832~1917)가 무문자 사회의 여러 부족의 관습을 연구하며 만든 개념입니다. 인간 이외의 존재에게도 혼이 들어 있다고 보는 사고예요. 지금도 세계 도처에는 영혼이라든가 정령으로 불리는 어떤 힘들이 동식물을 포함한 만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다고 생각하는 부족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야생의 사람들은 평범한 하루를 채우는 모든 것들이 저마다 생명력을 뽐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애니미즘에서는 인간과 동식물, 심지어 광물이나 바람 등이 모두 영혼의 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동등해집니다. 피부만 다를 뿐이지요. 야생의 부족들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전래 동화에는 구렁이와 결혼하는 소녀 이야기도 있고, 호랑이와 할머니가 산에서 떡으로 내기를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애니미즘은 각자가 처지는 다르지만, 서로 무관하지 않다고 보지요. 만물이 사귀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면서 함께 살아갑니다. 인류학은 기본적으로 ‘다른 삶’에 관심을 두는 공부입니다. 인류는 실로 집단마다 다양한 문화를 계발하고 전파하며 지내왔습니다. 인류학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지식이나 습관을 많이 소개합니다. 다르지만 동등한 존재들에 대한 감수성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인류학은 애니미즘과 통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꽉 채우는 것도 바로 이런 만물 동등의 시선입니다.

4. 이 책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최신작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총 11편을 미야자키의 장편 작품 발표순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선생님께서 독자들에게 특히 중요하게 말씀하시고 싶은 작품을 하나만 꼽아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일상의 애니미즘’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주목해 볼 수 있는 작품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입니다. 800만의 신들이 현실 세계에서 온갖 임무를 수행하다가 한 며칠 휴가를 내어 온천 여행을 다니러 온다는 설정이 특이하지요. 신들도 먹어야 하고 쉬기도 해야 한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어디 신만 그럴까요? 핸드폰도 지나치게 사용하면 과열이 되고 충전하지 않으면 방전이 됩니다. 기계도 먹고 쉬면서 일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만물이 저마다의 노고로 울고 웃는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저는 미야자키 감독이 온천장 구석구석을 대단히 자세하게 그렸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일꾼들만 다니는 복도 같은 데에서 깔끔히 정리된 상자나 막 쓰고 걸어 놓은 듯한 수건 등이 나옵니다. 세상에 나밖에 없는 듯해도, 도처의 공간이 누군가가 있었고 누군가가 있을 자리라는 의미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편협한 나의 시선으로는 다 포착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희로애락을 존중할 때 나의 희로애락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5. 이 책에서 미처 다 다루지는 못했지만,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을 보는 또 다른 팁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감상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애니메이션이고 캐릭터의 기본적 성격이나 외모 및 중요한 배경의 작화를 대부분 감독 본인이 그리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은 공동 창작물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으로 있는 지브리 스튜디오는 외주를 주거나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쓰면서 공장처럼 그림을 찍어 내지 않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움직이는 성처럼 특별한 경우에는 CG를 쓰기도 하지만 되도록 손-그림으로 영화 전체를 하나씩 다 채워 갑니다. 그림들이 다 완성되면 주제 음악이나 사운드, 성우들까지 참여하게 되니 작품 하나에 모이는 인원은 몇백 명이 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철저한 장인 정신으로 공을 들여 장면 하나하나를 완성합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경우, 한 달에 일 분 분량 정도를 만들었다고도 들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에는 참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그 뒤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태프 전부는 관객을 기쁘게 하기 위한 일념으로 그 모든 노고를 감내했겠지요. 그저 돈을 내고 극장에 가서 여가를 즐기는 관객에 불과하지만, 이런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누군가는 재능과 안목을 높여가며 피나게 노력을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애니미즘으로 읽고 나서, 저는 다른 영화를 볼 때에도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게 되었습니다. 미야자키의 하야오의 영화는 우리에게 고마움을 가르칩니다.

지은이의 말

비어 있는 것 같지만 그건 내가 둔해서다. 의미 없는 것 같지만 그건 내가 관계를 맺지 못해서다. 머물고, 떠나고, 돌아올 수 있는 ‘여기’는 참으로 많은 것들이 저 나름대로 살아가는 장소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때 만물은 빛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여기의 일상성, 그 무궁무진한 관계의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책의 제목을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이라고 붙였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애니미즘적 사고를 훈련하자. 닮은꼴 상자들 안에 갇히지 말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넓고 깊은 시선이 세상을 어떻게 포착해 내는지를 따라가면서 주변으로 시선을 확장하는 방법을 배우자. 그리고 낯선 존재들과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기술을 익히자. 귀한 인연의 실을 인간과만 짤 수는 없지 않은가? 밥하고 청소하는 마음, 돌보고 헌신하는 마음을 통해 관계를 잘 맺고 푸는 사람이 되자. 파국으로 향해 가는 그 한 발자국 주변에도 흙이 날리고 풀이 돋는다. 우리는 더 좋은 삶의 길, 관계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사고방법으로서의 애니미즘은 우리의 활기 있는 일상을 돕는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따라가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다시 한번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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