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사회화된 은폐이자 강요된 집단망각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에는 군 의문사와 전시국가폭력에 의한 집단학살을 제외하고, 권위주의 정권은 물론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보다 광범위한 국가공권력의 수사사법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신원 보호에 대한 움직임은 미미하다. 대신 여러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사적 제재’를 둘러싼 논란만이 있을 뿐이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지만, 가해자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행복에 겨워하고 있으며, 사건을 조작하고 왜곡하고 피해자를 가해했던 수사사법 담당자들은 두터운 사법 기득권의 저편에서 지연된 정의의 가면을 쓰고 있다. 《아콰마린》은 지금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하고 잊어버려 멈춘 ‘정의 시계’의 태엽을 다시 감으면서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정의의 시계가 종을 칠 때 당신의 무엇을 자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