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다
내가 걸어가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소설들 사이를 헤매인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문득문득
온통 새하얀 어느 자연인지 정신의 속인지 알 수 없는
공간인지 시간인지의 한가운데 덩그러니, 말 그대로 참 쓸쓸하게 덩그러니 서 있게 될 것 같은 이야기들이 거미줄처럼 서로를 겨우겨우 잇고 있다
겨우겨우 줄을 잇고 있는 점들, 그 점들의 아슬아슬한 소중함이
너무 애틋하다
그래, 참으로 애틋한 이야기들이다
죽었다, 죽였다, 죽는다, 죽이자는 이야기가 쉬이 지면에 올라오는 이 종말의 시대 속에서
무겁고 애틋한 마음을 안고 시간을 가로지르느라 애쓰는 우리의 지친 마음
그 옆으로 가만가만 다가와 앉아
앞다투어 나오느라 두서없이 넘어질 말들을
지그시 기다려주는 아홉 개의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들 옆에 앉아 여러 갈래의 이명 같은 침묵 속에서
새로운 종류의 안도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