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을 안다는 오십을 훌쩍 넘기고도 인생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이제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을 것 같고 머잖아 귀도 순해질 것 같은 나이인데도 인생은 만만치 않아서 어디선가 복병처럼 튀어나오는 고비와 마주하게 되곤 한다. 김승욱의 시는 성실한 가장이자 직장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시인이 어느 날 갑자기 짊어지게 된 병마와 싸우면서 얻은 시편들이다. 원망과 슬픔과 절망의 시간을 지나, 지나온 삶과 주변을 돌아보고 자신을 성찰하면서 시인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시를 쓰는 꿈을 되찾는다. 바닥을 친 것 같은 순간에도 늘 더 최악은 있는 법이라, 외롭고 서글픈 투병의 시간을 지나면서도 시인은 끝내 삶을 긍정하는 진솔한 목소리로 공감을 불러온다. 김승욱의 시는 “화이트도 블루도/모두가 총알받이”인 “전쟁터”에서 “각자의 Fight Color”로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을 담담히 그린다(「화이트칼라」). 춘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한 오십 중반의 시인이 살아온 내력을 펼쳐 놓는 시를 읽으며, 독자들 또한 자신의 생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픈 몸을 들여다보며 비로소 시인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자신을 마주 보고 긍정할 수 있었을 거라 짐작해 본다. 시인으로서 펼쳐 갈 김승욱의 미래를 응원하며 이 시집을 읽으며 위로받을 미지의 독자들에게도 응원과 환대의 인사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