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지옥’이란 너와 내가 같이 밟는 파국인 것이다. ‘우리’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런 일. 서로의 사이에 내장된, 가없는 심연을 헤쳐 가는 것. 하여 너에게로 향하는 나는 깊은 물속을 걷는 자처럼 슬픔의 저항에 허우적거리겠으나, 또 ‘함께’라는 안도의 부력으로 가벼워질 것이다. 이 시집의 ‘나’들의 일이 그와 같다. 상처를 곤두세운 내/네가 기어이 너/나를 다치게 할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너의/나의 지옥 쪽으로 비틀대며 사뿐사뿐. 전작에서 사랑의 상처를 고구했던 시인은 이제 상처의 사랑을 안고, 살기로 정했나 보다. 우리도 그의 곁에서 걸어 볼까. 허우적거리며 사뿐사뿐, 울고 휘파람 불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