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는 전희진 시의 핵심 테마 혹은 중심 모티브에 속한다. 이번 시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디아스포라 차원의 내면세계에 대한 성찰이 더 전위적인 언어와 형식으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특히 그 응시의 대상이 의식 차원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차원까지를 포함한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한인시 가운데 디아스포라 의식이 무의식 차원에서 드러난 시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장르상으로도 일반 서정시뿐만 아니라 산문시, 실험시, 메타시. 시극 등과 같은 다양한 형식을 활용하고 있다. 표현 기법도 다양하다. 이런 점에서 이 시집은 미주 한인시의 색다른 경향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다.
언어 구사의 측면에서도 전통적인 차원의 응축과 압축 혹은 은유적 언어보다는 해사解辭적, 환유적 언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다. 이러한 변화는 언어 감각과 시의 감각, 그리고 삶의 감각을 참신하게 해 주는데, 전통적 서정시가 지배적인 미주 한인시에 일련의 변화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기억할 만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