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된다는 건, 생각보다 다층적인 여정입니다. 아이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이 여정은 매일같이 낯선 질문들, 새로운 감정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순간들로 채워집니다. 그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생각과 물음이 교차합니다.
이 책은 그런 복잡하고 섬세한 여정의 든든한 길잡이입니다. 그저 아이에게 ‘좋은 아빠’로 보이기보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진짜 아빠’가 되기 위해 이 책을 펼치게 됩니다. 그리고 곧 깨닫습니다. 이 책은 나의 삶을 아이에게 들려주는 책인 동시에, 아이의 시선으로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라는 것을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아빠는 어떤 아이였어?” “처음 나를 봤을 때 기분이 어땠어?” “힘들 땐 어떻게 견뎠어?” 이런 질문들은 그저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아빠를 이해하고, 아빠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수많은 질문 앞에서 다시금 고민하게 됩니다. 어떤 기억은 말로 꺼내기엔 너무 아리고, 어떤 감정은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조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써 내려갑니다. 완벽한 대답이 아니더라도, 진심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었어’ ‘이때 참 두려웠어’ ‘아빠도 잘 몰랐어’ 이런 고백들이 쌓여,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가 됩니다.
그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내 인생의 ‘작가’가 됩니다. 삶의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고, 의미를 되짚으며,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마음을 담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를 쓰는 일. 그것은 곧 나 자신을 정리하고 돌아보는 시간이며, 아이에게 전할 유일무이한 선물을 손으로 빚어가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이 책을 손에 쥐게 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아빠가 살아온 시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 한 권의 책은, 어떤 말보다 진하게 전해지는 사랑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아이는 그 과정에서 ‘아빠는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넘어,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빠라는 이름이 단지 보호자가 아니라, 함께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는 동반자였음을 느끼게 될 거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나는 어떤 아빠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면서도, 동시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물음에 다가가게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아이에게 주고 싶은 가장 소중한 유산은 결국 진실된 마음과 서로에 대한 이해임을 깨닫게 합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글로 남긴다는 것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그것은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자, 나 자신을 위한 반성과 위로이기도 합니다. 아빠라는 이름 아래 서로의 인생을 나누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의 ‘작가가 되어 보시기를’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