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동안의 고통과 상처를 아물고 견디게 해준, 시
“김용주 시인이 시집 한 권으로 세상에 나왔다. 38년 동안 그녀의 고통과 상처를 아물게 하고 견디게 해준 것은 시가 아니었을까? 아마 힘들 때마다 시 쓰고 그 시로 한 발씩 내딛어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그동안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당선 시 말고는 한 편도 발표하지 않아 그녀의 시 세계는 물론 근황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시집 원고를 보고 그녀가 얼마나 삶의 질곡 속에 깊이 매몰되어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녀의 초기 시 중 사회구조를 드러낸 돈암동 일대의 일상과 노동 체험 시들은 읽을수록 긴장되고 가슴이 아려온다. 그러나 언제나 마음을 다스려 조용히 미소 짓던 김용주 시인.
이 시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시는 「십 리, 안이 아니고」이다. 이 시의 골격을 보면 외지에서 외지로 떠도는 시인의 행적을 이해할 수 있다. 시인은 십 리 안이나 밖으로는 자기 앞의 어두운 현실을 근본적으로 타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새 시간을 찾아 떠다니게 된 것이다. 시인은 어디서든 삶이 가혹할수록 현장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면서 현실 상황을 확인하고 극복하여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고국의 현실에 좌절하고 절망하면서 수없이 되물었을 것이다. “동네에서 아버지가 되려면/십 리, 안이 아니고/아직도 밖까지 나가야 하는가.”하고. 시인은 삶의 구도인 십 리 안팎을 벗어나고 싶었고 마침내 그 극점을 벗어났다. 이제 새 숨결을 가진 시인은 낯선 바람과 정들인 햇빛 사이에서 강렬하게 살기 시작할 것이다, 거기, 거기, 해밀턴 코화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