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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호흡을 줄 수 있도록. 책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영상과 함께 호흡하며 흐르는 것이니까, 또 대부분 성우의 내레이션이 존재하는 문장이므로 그것을 신경쓴다.시작부터 끝까지 흐름을 타고 가다가 결말은 때론 힘 있게, 때론 여운있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어색한 단어에 도전해볼 것.' 흔하지 않은 단어를 써보자고 조언하는데, 이건 지금의 나에게도 늘 숙제다.나도 스스로의 어휘력에 벽을 느끼며 좌절하곤 한다. 신입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일본 카피들을 공부하는 이유 역시 그들이 평범 한 어휘를 독특하게 잘 사용하기 때문이다.클라이언트가 어색하다고 싫어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귀에 걸려 야 하는 것이 카피의 도리니까."어색해야 귀에 걸리죠"라면서 최대한 그 도전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그리고 마지막, 가장 가끔 전하는 규칙은 남을 울리고 싶으면 본인이 울면서 쓸 것.만화 『원피스』에 푹 빠져 살던 언젠가의 일이었다. 무언가에 몰입하면 그에 대해 열심히 찾아보고 공부하는 성향이라서, 일본 사이트까지 찾아가 직접 번역해가며 눈에 불을 켜고 흡수하던 시절이었다.그중 한 이야기가 나의 머리를 유난히 두드리고 말았 다. 대략 '원피스의 등장인물들은 우는 얼굴이 매우 인상적인데, 어떻게 그리느냐' 같은 질문이었고 작가는 이런 느낌으로 답했다."그들이 울 땐 나도 울면서 그리고 있다. 내가 울지 않는 이야기로는 누군가를 울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이 인터뷰 이후로 '밀짚모자 해적단'이 울고 있을 때면 오다 선생님도 울고 있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얼마나 감정을 이입하여 그림을 그리고 대사를 쓰고 있다는 얘기인 걸까. 만화와는 다르게 광고는 누군가를 울리는 일이 거의 없긴 하다.한때 나의 소원이 '착하고 따뜻한 카피'를 쓰는 것이었 듯, 그런 광고를 만들 일은 어쩌다가 아주 가끔, 진짜 아주 가끔 찾아온다.그럴 때면 오다 선생님을 본받아 나도 울면서 쓰곤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신념이 되어버렸다.내가 울지 않은 카피는 누군가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그 광고로 인해 누군가가 울었다는 반응을 전해들었을 때의 보람이 유독 큰 것은, 나의 마음이 잘 전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나이도 최대한 숨기고 성별도 최대한 숨기고, 나의 이름이 남지 않는, 남길 수도 없는 직업이지만 어딘가 틈바구니에 나다움을 남기려고 노력한다.그것이 쌀 한 톨의 틈일지 라도, 소소한 신념대로.한 줄 한 줄 리듬감 있게, 단어 하나 하나 남다르게, 최대한 감정을 이입하면서.물론 광고를 영 화 보듯 몰입해서 보진 않으니 이런 노력이 얼마나 필요가 있겠으며,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이 일로 돈을 받고 있는 이상 프로답게, 진지하게.최대한 나를 숨기면서, 최소한 나를 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