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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나의 길은, 또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_ 005
1부 나의 시그니처 충고 _ 013 최대한 숨기고 최소한 드러내는 일 _ 020 1밀리미터의 쾌감 _ 028 소소한 사건의 소소한 기록 _ 038 둔하게 살거나 바쁘게 살거나 _ 046 내 책상 위의 피난처 _ 053 육아가 나를 구해준다 _ 062 닥치면 어떻게든 되더라, 분명히 _ 072 2부 물거품에 거품 물지 않기 _ 087 피드백은 늘 안갯속 _ 096 불안을 잠재우는 자장가들 _ 107 지구촌 영상음악과 지적 허영심 가득한 어린이 _ 115 안 되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고 믿고 있다 _ 125 사진 홍성혁 _ 134 나만의 패자부활전 _ 142 그 사람이랑은 절대로 일하지 마세요 _ 152 운이라는 모금함 _ 162 3부 토요일에게 전화해, 빨리 오라고 _ 175 취향은 나침반이자 정신줄 _ 186 폭풍 속의 추석 _ 194 내가 나를 덜 시들게 해야지 _ 205 이 중에 어떤 안이 가장 좋으세요? _ 216 유치하니까 찬란하다 _ 222 그날의 여행은 늘 그날 생각했다 _ 234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_ 244 성실함을 비웃지 않는다 _ 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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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최대한 숨기고 성별도 최대한 숨기고, 나의 이름이 남지 않는, 남길 수도 없는 직업이지만 어딘가 틈바구니에 나다움을 남기려고 노력한다. …… 이 일로 돈을 받고 있는 이상 프로답게, 진지하게. 최대한 나를 숨기면서, 최소한 나를 담아갈 것이다.
---p.27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오랜 세월 버틸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일은 세상에 없지 않을까. 매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상관없이 내가 이거다 하며 즐기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분명 있지 않을까. ---p.36 누군가를 공격할 수 없는 무딘 날을 가졌지만, 오래 열심히 도는 팽이. 어떤 공격이 오든 잘 안 먹히는 둔하고도 단단한 팽이. 오래 도는 팽이를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니까, 그게 좋은 팽이니까, 나도 남편도 괜찮게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52 일상 구석구석마다 피난처를 배치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일로부터 나를 온전히 비워낼 수 있는 것일수록 좋았다. 그 피난처를 두기 좋은 곳은 어딜까. 하루 내내 내가 가장 많이 머무르고 있는 책상, 특히 회사의 책상이었다. 멀지도 않고 내 손이 닿는 곳에 있을 수 있는 피난처. ---p.59 모두에게 인생은 처음이다. 절대로 준비되지 않는다. 걱정하지 말자는 다짐은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 못 하겠다. 걱정의 크기를 살짝만 줄이자. 그것만 할 수 있어도 꽤 괜찮지 않을까. 닥치면, 어떻게든 된다는 긍정의 크기를 조금 늘려보자. 인생은 닥쳐야 뭔가 움직여지는 것 같다. ---p.84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나머진 휴지통으로 버린다. 영구삭제 해도 좋다. 끝없이 저장해두었다간 내가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물거품으로 만든 것을, 나 역시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다. 광고 말고도 나에겐 번뇌할 것들이 정말 많으니까. 광고쯤이야……. 건배, 취생몽사. ---p.95 “이게 내 일이야. 이거 하라고 내가 여기서 월급 받고 있는 거야.” ---p.100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실을 맺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새벽에 눈을 떴다. 잠에서 깨버렸다. ……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장가가 간절한 건 아이들이 아닌 것 같다. 바로 내일 출근할 어른들이다. ---p.114 ‘사람이 하는 일이다.’ ‘모두가 업계의 프로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에 먹칠하지 않는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안 되길 바라는 사람이 없다. 분명 없을 것이라 믿고 있다. 정말 소소하게도 나는 그저 그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다. ---p.133 아무것도 허사가 아니다. 노력한다고 모든 것이 이루어지진 않지만 그래, 질까보냐- 라고 외치며 나의 운 모금함을 감싸 안아본다. 우리는 모두 운을 모으고 있다. ---p.171 밤을 새워가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면서, 팀원들의 고생을 보면서, 그렇게 겨우 만든 것을 스스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나는 모두에게 미안해서 얼굴을 못 들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좋아하는 걸로 만들어 보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또 한다. 좋아하지 않으면 만들지 않는다. ---p.221 영리하게 돈 벌 궁리를 못하고, 밋밋하게 회사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답답해 보일지라도 나는 내가 얼마나 모범생이고 성실한 회사원인지 자랑하고 다닐 거다. 이 사실만큼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으니까. ---p.2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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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부은 열정이 한순간에 사라져도
“오늘도 결국 출근하는 당신에게” 짧으면 15초 길어야 30초짜리 영상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만들지만 ‘나’를 드러낼 수 없는 일 그래도 내 인생은 분명 한 칸씩 움직이고 있다! 24년간 광고업계에서 진심을 다해온 베테랑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이자 수많은 광고 레퍼런스로 누적방문자 77만 명을 달성한 블로거 이시은의 에세이 『물거품에 거품 물지 않기』가 출간되었다. GS칼텍스 ‘I am your Energy’, 현대카드 ‘make. break. make.’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수많은 히트 광고를 탄생시킨 저자이지만, 광고라는 세계는 본래 철저히 ‘나’를 숨겨야만 하는 무대다. 밤샘 회의를 거치고 클라이언트의 날카로운 피드백 속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으며 만들어낸 15초, 30초짜리 영상. 하지만 그 속에는 ‘만든 이’ 이름 석 자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게다가 쏟아부은 열정이 무색하게 프로젝트가 통째로 사라지거나 물거품이 되어 허무하게 휘발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저자는 기꺼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시간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어떻게든 될 것’이라 믿고 ‘그냥 하는 마음’이 매일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가게 만드는 숨은 동력임을 고백한다. 쏟아부은 노력이 당장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결과물로 남지 않더라도, 묵묵히 버텨낸 날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삶의 단단한 밑천이 되어준다. 이 책은 매 순간 진심을 다해 부딪혀온 한 생활인의 다정하고도 치열한 기록이다. 오늘도 나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다 상처받은 이들에게 저자는 나지막이 위로를 건넨다. 비록 우리의 열정이 파도 앞의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질지라도, 우리의 인생은 분명 그만큼 단단해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모두에게 인생은 처음이다. 절대로 준비되지 않는다. 닥치면, 어떻게든 된다는 긍정의 크기를 조금 늘려보자. 인생은 닥쳐야 뭔가 움직여지는 것 같다.”_84쪽 불안을 느끼면서도 ‘출근하기’를 계속하는 것 그 “밑도 끝도 없는 성실함”의 가치 모두가 불안을 품고 살아간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이 밋밋한 회사원의 삶 끝에 무엇이 남을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흔들린다. 하지만 저자는 스스로의 재능을 특별한 천재성이나 독특한 아이디어가 아닌, “밑도 끝도 없는 성실함”이라 정의한다. 매일 쏟아지는 마감과 경쟁 PT의 압박 속에서 두피와 피부가 뒤집어질 만큼 혹독하게 일을 하면서도, 저자는 결국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냈다. 이는 단순히 대책 없는 낙천주의가 아니라, 일상의 삐걱거림과 피로까지도 기꺼이 껴안으며 하루를 꽉 채워 살아내는 직장인의 가장 적극적인 ‘낙관’이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사소한 오작동이 반복될 때, 저자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에 뚜껑을 덮고 불을 꺼버리는 유연함을 발휘한다. 억울하고 속상한 기억들을 마음의 휴지통에 과감히 버리고 ‘영구삭제’ 할 줄 아는 힘. 그렇게 내 마음을 지켜내는 ‘무던함’이야말로 오랜 시간 일터에서 “시들지 않고” “물거품”에 대처하는 비결이다. 무언가에 온 영혼을 갈아넣으면서도 끝내 매몰되지 않고 나 자신을 돌보려는 노력은, 결국 일과 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법을 터득하게 만든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무딘 성실함’이 쌓여 세상의 어떤 공격도 버텨내는 “지구력 만점의 단단한 팽이”를 만들어낸 것처럼, 저자는 묵묵히 출근을 이어가는 모든 이들의 성실함을 결코 비웃지 않는다. “천재인 것만이,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이 재능은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두가 할 수 없는 성실함. 그것은 내가 어디서든 잘해나갈 수 있는 밑천이라 생각한다.”_263쪽 우리는 분명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근거 없는’ 낙관의 힘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해온 이 광고라는 일도,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었어요. 좋아하는 광고 한 편 없이, 좋아하는 카피 하나 없이 그저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뛰어들었던 광고.”_5쪽 원치 않는 자리에서 전학생처럼 겉돌며 시작했을지라도, 저자의 ‘낙관’은 불안정한 미로 같은 일상을 버티게 한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회사의 잦은 격동과 갑작스러운 “이직의 롤러코스터” 속에서 명함이 수없이 바뀌고, 공들여 준비한 기획안이 단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서글픈 순간들을 맞닥뜨릴 때조차 저자는 “안 되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는 ‘근거 없는 낙관’을 바탕으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기로 마음먹는다. 거창한 성공신화를 꿈꾸기보다 눈앞의 추리소설로 “책상 위에 작은 피난처”를 만들고, 1밀리미터의 서체 정렬에서 사소한 쾌감을 느끼는 태도는 불안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게 붙잡아주는 훌륭한 나침반이 된다. 세상과 타인의 시선에 부딪히며 때로는 “우리는 참 운이 없네”라고 한탄 섞인 자조를 중얼거리다가도, 서로의 고생을 알아봐주는 동료들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서 희망의 불꽃을 다시 발견해낸다. 노력의 대가가 당장 주어지지 않더라도, 지금 겪는 모든 시행착오는 “운이라는 모금함”에 차곡차곡 동전을 채워넣는 과정과 같다. 『물거품에 거품 물지 않기』는 단순히 광고업계의 화려한 뒷담화나 크리에이티브한 비결을 뽐내는 책이 아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나의 노력과 열정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세상 속에서도 나 자신으로 오롯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책 속의 문장들은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내가 딛고 선 자리에서 다시 걸어나갈 유연한 용기와 근사한 낙관을 선물한다. “일로 인해 잠깐 화가 날 때는 있지만 그냥 잘될 거라 믿는다. 어떤 일이 생겨도, 내가 그동안 함께 일해온,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과 함께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_1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