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라고 다 소설은 아니다. 이 책은 한 인간이 도의 궁극을 직접 제 몸뚱어리로 생생히 겪고 그 체험을 피로 기록한 수행일지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은 살아서 두 눈 부릅뜬 채 중음(中陰)의 딸과 함께 그 아득한 바르도를 찬연하게 건넌 한 아비의 지극한 천도재다. 이 책은 더 이상 소설이 아니다.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아니 생사와 유무중도(有無中道) 따위마저 초월하고, 그 초월의 굴레마저 넘은 자의 백골처럼 형형한 축문이다. 그러나 과연 누가 알 것인가. 그 참혹하고 독한, 그 죽음의, 그 망자(亡者)들의 세계에 침잠하기 전까지.
그리고 작가는 다시 살아 돌아왔다. 다만 눈은 옆으로 째졌고, 코는 세로로 서 있다는 사실만 깨달은 채. 오늘도 묻고 묻는다. 몸이 있는가, 몸이 없는가. 이것이 나인가, 내가 아닌가……. 그리고 그는 본다. 서리는 누렇게 시든 잎을 벗기고 파도는 썩은 뿌리에 철썩이는데, 누군가 벌써 자신의 시체에 술이며 과일을 차리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