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휘는 내가 아는 한 현재, 한국에서 가장 ‘뜨겁게 영화를 사랑하는’ 평론가다. 당신이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면 기자간담회 자리 맨 앞으로 나와 만면에 주체할 수 없는 충만한 표정으로 “당신의 영화를 정말 사랑합니다.”라는 말풍선을 입꼬리에 달고 있는 그를 보게 되는 기쁨과 영광을 누릴 것이다. 평론가가 스토리의 당위를 묻고 전망의 유, 부재와 윤리적 대안을 언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들의 현학적이고 화려한 수사도 필요하다. 그도 차고 넘친다. 그에 대한 고마움이 가장 특별한 순간은 감독이 화면에 표현한 어떤 물성, 그 자체에 가장 적극적으로, 가장 온당한 문장을 찾아 응답해준다는 것이다. 가령, 내가 테이블에 꽃병을 올려다 놓으면 그는 꽃병의 표면과 재질감과 색상의 안배와 빛이 닿는 부분을 말해줄 것이다. 이런 물성의 세부적 언술을 통해 그 물성들이 표상하는 내적 의미를 발견하고 그 이미지가 영화의 어떤 맥락과 연결되어 있다고, 그것이 어떤 특별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해줄 것이다. 감독이 사로잡힌 어떤 영화적 순간을, 우월적 위치나 음습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흥분된 어조로 그 순간을 ‘감독과 함께’한다. 그의 재능과 미덕이 가장 반짝이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감독에게 이렇게 고마운 평론가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