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런. 지하철에서 책장을 한 장씩 넘기는데, 점점 취기기 오른다. 5편의 단편마다 각기 다른 술처럼 다른 향, 다른 맛, 다른 빛깔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평생을 간직한 비밀스러운 사랑이, 이별 뒤에 새로운 시작이 두려운 사랑이, 벚꽃 날리던 대학교 교정의 싱그러운 사랑이,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사랑이, 그리고 코로나 시기를 보내며 우리 모두가 깨달은 공동체의 사랑까지. 사랑이야기에는 역시 술이 빠질 수가 없지. 중후한 향이 코끝을 감싸고 첫맛은 묵직하지만 쌀의 단맛이 느껴지는 맛있는 준마이주 한잔이, 바나나와 다크 럼, 얼음사탕에 캐러멜 소스를 조금 넣어서 만든 바나나주 한잔이, 브랜디에 생크림, 그리고 벌꿀을 넣어 만든 달콤한 아일라 몰트 한잔이 당장 마시고 싶었다. 술을 사랑하는 나에게 『호로요이의 시간』은 특별한 책이었다. 책 제목 ‘호로요이’라는 의미처럼 우리는 어쩌면 술 한잔 가운데 두고 ‘살짝 취해본다면’ 더 많은 용기를 낼지 모른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이해하는 일도 말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결국 술 한잔을 따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