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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쇼콜라와 비밀의 향이 풍긴다〉 오리가미 교야
〈첫사랑 소다〉 사카이 기쿠코 〈양조학과의 우이치〉 누카가 미오 〈식당 ‘자츠’〉 하라다 히카 〈bar 기린반〉 유즈키 아사코 |
Kyoya Origami,おりがみ きょうや,織守 きょう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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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이 든 봉봉은 도와코 씨가 우리 집에 올 때 가져오는 단골 선물이었다. 술이 들어가서, 하고 도와코 씨는 내가 한 개를 다 먹지 못하도록 반으로 나눠주었다. 맛있어요, 더 먹고 싶어요, 그랬더니 “히나키는 나중에 술을 잘 마시겠구나.”하고 웃었다. 도와코 씨네 집에 놀러 갔을 때도 봉봉 상자가 있었다. 이때는 엄마에게 비밀로 하기로 하고 한 개를 다 먹게 해주었다. 달콤하게 신기한 향이 나는 걸쭉한 크림이 맛있었다. 어른이 되면 실컷 먹을 수 있겠지만 그날이 너무 아득했다. 하지만 도와코 씨는 어른인데도 봉봉은 한 개밖에 먹지 않았다. 딱 한 개만, 아주 소중한 듯이 음미했다. “이 초콜릿을 굉징히 좋아한 사람이 있었는데 말이야. 그 사람이 가르쳐준 가게야, 여기.”...
---「그에게는 쇼콜라와 비밀의 향이 풍긴다」중에서 열두 살 카호의 천진난만한 물음이 떠올랐다. 결혼을 막연히 동경했던 그 아이에게 지금은 말할 수 있다. 가정을 갖는 것이 여자의 인생 전부는 아니란다. 잔을 내려 놓고 카호는 뒤로 기지개를 켰다. 결정했다. 내일부터 진지하게 맨션을 찾자. 조건은 오로지 내가 편안한 집, 그것만 보고 고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집에서 혼자 즐기기 위한 술을 담그자. 달지만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맛있어지는 게 있다는 것을 지금의 카호는 알고 있다.... ---「첫사랑 소다」중에서 창을 열었다. 밤을 새운 눈에 아침 해가 따끔따끔 눈부시게 스며들었다. 그러나 캠퍼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하여 기분이 좋았다. 코하루는 술병 바닥에 남은 봄의 연주를 잔에 부었다. 아침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봄의 연주를 꿀꺽 마셨다. 쓴맛과 알코올의 무게에 무의식적으로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봄의 연주는 어젯밤보다 훨씬 가볍게 코하루 속으로 들어갔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니 아침 공기 너머로 황금빛 들판이 보였다.... ---「양조학과의 우이치」중에서 사야카의 아버지는 결혼 전에 일로 영국에 유학한 적도 있어서 위스키, 특히 아일라 몰트라고 불리는 싱글 몰트를 좋아했다. 엄마 쪽은 별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본가에서는 먼저 제대로 식사한 뒤에 아버지가 좋아하는 바카라 잔에 라프로익 등의 위스키를 따라서 스트레이트나 록으로 천천히 즐기곤 했다. 실제로 스모키향이 나는 아일라 몰트는 음식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절대 있어 보이는 척하거나 점잔빼는 가정이었던 건 아니라고 사야카는 생각한다. 아버지는 늘 사야카나 엄마가 텔레비전을 보는 옆에서 조용히 술을 마셨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취하거나 하는 일 없는 좋은 술버릇이었다.... ---「식당 ‘자츠’」중에서 “나는 방문 요양보호사여서 역대급으로 바빴어요. 남편이 재택근무라 육아와 집안일은 전부 맡고 있지만, 이제 그 사람이 쓰러질 것 같아요. 큰애는 초등학생인데 여름방학이 단축돼서 짜증이 늘어가지고 요스케랑 맨날 싸우기만 하고.” 그렇게 투덜거리며 보리차를 탄 고구마 소주를 비우는 사람은 아까 오츠카를 나무라던 안경 여자, 요스케 엄마다. “안나 엄마처럼 우리 딸도 서비스직이에요. 딸이 이혼하고 나서 가사와 육아는 원래 내 담당이었는데, 이렇게 연일 무더위라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니, 힘이 넘쳐나는 세 살짜리 아이와 함께 있는 게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온화하게 입을 연 사람은 70대로 보이는 쇼야 할아버지다. 가장 피폐한 얼굴을 한 사람은 그였다. 수건을 목에 두르고 어쩐지 딸의 것인 듯한 큼직하고 귀여운 티셔츠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품위 있는 백발의 신사다. 보드카 미즈와리를 기울이는 모습도 아주 익숙하다. ---「bar 기린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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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사람과 사건이 서사를 끌고 가는 소설인데도 과자와 음식과 술이 또렷하게 보이는 드문 작품이다. 다섯 개의 다른 이야기, 다른 작가인데 마치 미리 합을 맞춘 듯 유연하게 읽힌다. 예사롭지 않은 서양과자로 시작해서 한번 반전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더니, 소다와 다채로운 과실주가 입맛을 훅 당긴다. 어어, 하면서 사케의 늪에 빠졌다가 쓰러질 것 같은 동네 밥집에 발목을 잡힌다. 마지막은 근사한 바텐더가 등장하는 무서운 디테일의 칵테일 이야기가 우리를 흔든다. 서로 다른 성격의 일본 작가들이 맘먹고 드러내는 당대의 일본 사람들이 먹는 방식, 마시는 일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술과 음식의 맛은 선명하며, 매우 구체적이다. 당장이라도 먹고 마시고 싶게 만든다는 뜻이다. 여러분은 이 책에서 무얼 먹고 마시고 싶은지. 나 같은 아저씨들은 역시 ‘자츠’ 같은 다 쓰러져가는 동네밥집에서 돼지고기생강구이에 생맥주를 마시겠지만(‘자츠(雜)’는 책에 등장하는 일본 변두리 동네밥집의 이름이다. 실재하는 것처럼 생생해서 바보처럼 심지어 구글로 검색까지 했다. 물론 없었어요). 음식은 향과 온도가 있어야 하는 실물이다. 하지만 문학은 때론 그 본질을 넘어서는 힘을 갖는 경우도 있다. 글이 더 맛있을 수 있다는 모순이다. 소설가는 정말 위대한 인간들이다. 완벽하게 써 놓아서 요리책의 서술 같은 첫 번째 작품 속의 밤 테린느와 사바랭이나 봉봉, 다섯 번째 작품에 나오는 빛나는 칵테일들은 이 사람들의 높은 미식 수준이랄까, 아니면 작가의 꼼꼼한 취재와 신들린 묘사랄까 부러운 대목이었다. 추천한다. - 박찬일 (요리사·작가 『노포의 장사법』,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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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런. 지하철에서 책장을 한 장씩 넘기는데, 점점 취기기 오른다. 5편의 단편마다 각기 다른 술처럼 다른 향, 다른 맛, 다른 빛깔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평생을 간직한 비밀스러운 사랑이, 이별 뒤에 새로운 시작이 두려운 사랑이, 벚꽃 날리던 대학교 교정의 싱그러운 사랑이,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사랑이, 그리고 코로나 시기를 보내며 우리 모두가 깨달은 공동체의 사랑까지. 사랑이야기에는 역시 술이 빠질 수가 없지. 중후한 향이 코끝을 감싸고 첫맛은 묵직하지만 쌀의 단맛이 느껴지는 맛있는 준마이주 한잔이, 바나나와 다크 럼, 얼음사탕에 캐러멜 소스를 조금 넣어서 만든 바나나주 한잔이, 브랜디에 생크림, 그리고 벌꿀을 넣어 만든 달콤한 아일라 몰트 한잔이 당장 마시고 싶었다. 술을 사랑하는 나에게 『호로요이의 시간』은 특별한 책이었다. 책 제목 ‘호로요이’라는 의미처럼 우리는 어쩌면 술 한잔 가운데 두고 ‘살짝 취해본다면’ 더 많은 용기를 낼지 모른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이해하는 일도 말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결국 술 한잔을 따르고 말았다. - 최여정 (작가 『사랑이라고 쓰고 나니 다음엔 아무것도 못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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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츄하이 브랜드 ‘호로요이’는 살짝 취한다는 뜻이다. 이 책이 그렇다. 읽다보면 살짝 취하는 기분. 낮은 도수에 과실향도 얹어 달큰한 기분으로 한 장, 한 장 읽다보면 평소 생각지 못했던 기억들,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음식이란 것이 그냥 맛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느 특정 시간의 기억과 함께 오래 각인되듯이 이 책에서 그려지는 기억 혹은 경험은 생생한 음식의 언어, 술의 언어와 함께 여러 감각을 깨운다. 그런 점에서 이 다섯 편의 짧은 소설들은 감각적인 영상미로 주인공들의 감정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왕가위의 영화, 혹은 서툴게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노라 애프런의 영화를 닮았다. 노력하고, 후회하고, 마음을 숨기고, 체념하고, 다시 희망을 품는 우리들의 이야기 말이다. - 정지원 (제이브랜드 대표 『맥락을 팔아라』 『뉴 그레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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