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라멘 평론가 사절
BAKESHOP MIREY’S 트리아지 2020 파티오 8 상점가 마담 숍은 왜 망하지 않을까 스타 탄생 |
Asako Yuzuki,ゆずき あさこ,柚木 麻子
유즈키 아사코의 다른 상품
김진환의 다른 상품
|
온갖 매체에서 다뤄진 노조미의 중화 국수는 황금색 국물 안에 구불구불한 면발이 담겼고, 파, 발효 죽순, 챠슈, 소용돌이 맛살, 달걀조림이 절묘하게 배치되었다. 지극히 전형적인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 맑은 국물의 아름다움에 사하시는 심상치 않은 박력을 느꼈다. 떨리는 손으로 구불구불한 면을 입에 넣자 기분 좋은 물결이 혀와 목구멍을 휩쓸 듯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왔고 면발의 탄력과 구수함, 좋은 식감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고 그 위로 휩쓸려오는 상쾌한 국물의 향. 국물을 마신 뒤에 밀려오는, 첫맛과는 전혀 다른 공격적인 풍미는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당신 때문에 멋대로 규정당한 나 자신을 되찾기 위해서예요. 우리 손으로 직접.” 눈을 감으면 다운튼 애비의 포스터에 찍힌 저택이 떠올랐다. 고용인과 귀족으로 명확히 구분된 세계. 그걸 인정하지 않는 일본보다는 훨씬 양심적이고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레이는 상당히 이른 시기부터 많은 것들이 아무래도 상관없이 느껴졌다. 유흥주점의 소음 탓에 시험공부를 포기하고 그냥 자 버렸던 그날 밤부터였을까? 아니, 그보다 훨씬 전인지도 모른다. 급식비를 낼 돈이 없다던 어머니가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머니에게 미레이를 맡겨 둔 채 유부남과 마카오 여행을 떠났을 때였을까? 미레이에게는 슈퍼에서 할인하는 반찬만 먹이면서 애인조차 아닌, 어쩌다 한 번씩 가게에 들르는 샐러리맨을 위해 요리책을 옆에 두고 찜 요리에 도전하던 어머니의 필사적인 뒷모습을 보았을 때였을까? 어쩌면 마스카라가 번진 눈으로 “미레이 넌 열심히 노력해서 엄마 같은 인생은 살지 마.” 하고 안아주며 한 이불을 덮고 잤던 그날 밤이었을까? 이런 상황을 바꾸는 게 지금도 늦지는 않았지만,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해야 한다는 게 단 하나의 진실이었다. 하지만 힘을 쥐어 짜내려고 할 때마다 ‘왜 나만’이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며 미레이의 발목을 강하게 잡아챘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일까지 요코야마 씨에게는 말할 수 있었다. 전에 약속했던 디카페인 달고나 커피 등을 사다 준 날, 마스마 리코는 처음으로 하소연을 했다. “제가 결정한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 계속 혼자 있다 보면 괜히 마음이 흔들리더라고요. 낳을 때도, 낳은 뒤에도 계속 혼자라니…. 왠지 최근에는 나란 인간이 그렇게 강하지는 못하다는 생각도 들고…. 가장 불안한 건, 나중에 제 아이하고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그렇겠지. 만삭이 다가오면 이것저것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우울해하거나, 나중 일까지 괜한 걱정되기도 해. 나도 그랬으니까, 어떤 마음인지 이해해.” 햇볕이 약해져서인지 요코야마 씨는 요즘 선글라스를 쓰지 않았다.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 대화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스마 리코의 마음은 점점 편해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누구에게도 주의받은 적이 없었나요?” 101호실의 여자가 나무라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이 오히려 정말 신기해하는 것 같았기에 다들 되려 커다란 수치심을 느끼며 움츠러들고 말았다. 자기 목소리가 커지면 다른 사람의 그것도 신경 쓰이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밥을 먹거나 일하고 있으면 우에시마 씨의 호통 소리가, 가토 씨가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시노하라 씨의 비명이, 모기 씨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온다. 다른 가족의 목소리와 생활 소음도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부럽네요.” 그녀가 나직이 말했다. “그건 가족들 앞에서 편하게 행동해도 사랑받는다는 뜻이잖아요….” “저는 곧 이 도시를 떠날 거예요. 외로운 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 매일 지나가면서 보던 개구리를 데려가고 싶어요. 절대 이 아이를 외롭게 하지 않을 거예요. 약속할게요.” 3만 6천550엔. 계산대 앞, 벌거벗은 중년 남성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디자인의 골동품 접시에 코토미는 동전까지 정확히 세서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포장은 필요 없다고 말한 뒤 개구리를 양팔로 힘껏 끌어안았다. “해냈어, 앗 짱. 그 마담, 깜짝 놀라는 거 봤어?!” 거리로 나오자마자 코토미는 환호했다. 키네즈카의 주인은 유리창 너머로 아직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할아버지가 우리를 보고 놀랐는지 비틀거렸다. 교복 차림의 후배들까지도 뒤돌아보며 소곤거렸다. 득의양양해진 코토미는 하프를 연주하는 개구리를 더 높이 들어 보였다. 나는 하인처럼 그 뒤를 따라갔다. 돌아보니 마담이 가게 앞까지 나와 우리를 배웅해 주고 있다. 흐린 하늘 아래인데도 개구리의 피부도 눈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히 빛났다. “아아, 진짜! 아이 있는 여자를 이렇게 취급하는 거지 같은 회사, 자르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고 해! 선배도 없고! 어차피 오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어! 당신들 패 버리고 내가 먼저 사표 낼 거야!” 여자는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선 채 비닐 대나무를 머리 위에 올리고는 헬리콥터처럼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신스케는 반사적으로 시게루 앞을 막아섰다. 조릿대가 휙휙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 글씨로 적힌 단자쿠가 얼핏 눈에 들어왔다. “엄마가 키타로를 만나게 해 줬으면 좋겠어.” ‘게게게의 키타로’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었다. 혹시 MC 독박의 아이인 걸까? 자신들이 MC 독박에게 의지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이미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의지하는 MC 독박에게 매달리려고 했던 것이 애초부터 실수였다. MC 독박의 후배는 “이 자식들, 어딜 도망가!” 하고 외치고는 이번에는 신스케를 향해 대나무를 내리치려 했다. 그때 신스케 앞으로 뭔가 시커먼 것이 튀어나왔다. --- 본문 중에서 |
|
디지털이 가져온 새로운 단절 속에서
누군가가 대신 규정해 놓은 ‘나’를 벗어나 내 손으로 다시 쓰는 이야기 자기의 행동이나 의도와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말 한마디, 시선 하나가 나를 정의해 버리는 순간이 있다. 그 말은 종종 무심코, 아무 악의 없이 던져진 것이지만, 그 가벼움은 어떤 이에게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무게가 된다. 말보다 오래 남는 상처는, 때때로 그 말이 틀렸다는 사실보다, 그것을 반박할 틈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는 그렇게, 묵묵히 견디는 법을 배워 왔다. 유즈키 아사코의 단편집 《미안한데, 널 위한 게 아니야》는 바로 그 침묵의 순간에 말을 건넨다. 단단히 마음먹은 복수도, 들끓는 분노도 아니다. 이 책에 담긴 여섯 편의 이야기는 다만 “이제는 참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확실한 목소리로 전한다. 시골 우동집에서 베이커리 창업을 꿈꾸는 프리터족, 임신과 팬데믹 속에서 고립된 싱글 맘, 아이 키우는 엄마 여섯 명이 벌이는 반격 작전,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살아남은 잡화점, 댓글 하나로 관계가 뒤바뀐 유튜버와 래퍼의 이야기까지. 각기 다른 인물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흔들리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를 위한, 우리에 의한 여섯 개의 작고 단단한 반격, 유쾌 통쾌한 복수! 첫 번째로 수록된 단편 〈라멘 평론가 사절〉은, 바로 그런 순간들에 복수를 넘어 ‘존엄을 회복하는 일’에 관해 말하는 작품이다. ‘라멘 무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평론가는, 보이지 않는 권력을 방패 삼아 자신의 잣대를 함부로 들이대는 동시에 사람들의 존재마저 가볍게 재단한다. X젠더의 직원에게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군”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아기를 데리고 온 엄마에게 모유 수유를 희화화하며, 게이 커플을 몰래 촬영해 SNS에 올린다. 그의 리뷰는 사실상 타인의 존엄을 침범해서 완성한 기록인 셈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 가해를 폭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상처 입은 피해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숨는 대신 서로를 찾아낸다. 그리고 함께, 조용하고 정밀한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감정을 쏟아내는 대신, 상대에게 잘못을 정확히 인식시키는 길을 택한다. 그 복수는 응징이라기보다 회복이고, 선언이라기보다 존엄을 되찾는 하나의 과정이다. 읽는 이에게 남는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해방이다. 자신을 속이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잠시 숨을 쉬는 것 같은, 조용하고 단단한 해방감이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건 진짜 네가 원하는 이름이야?”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말에 스스로를 맞추려 한 적이 있다면, 이 질문 앞에서 고개를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어떤 말로 정의되든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조심스럽고도 단단한 가능성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미안한데, 널 위한 게 아니야》의 인물들은 모두가 조금씩 다르게 흔들린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멈추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작고 단단한 걸음을 내디딘다. 그리고 독자에게도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넨다.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나답게 지켜도 괜찮다고. |
|
“살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게 마련이다. 이전에는 그저 참고 견디기만 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뭔가 새로운 방식으로 맞서 보고 싶어진다.” - [아사히 신문]
|
|
“아무튼 가차 없다! 페이지를 펼쳤다면 마지막에 누구도 방관자가 될 수 없다” - 마키메 마나부 (소설가, 소설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모루》의 작가)
|
|
“참기만 하는 착한 사람을 위해 대신 혼내주는 믿음직한 복수 소설. ‘전방위적인 다정함’에 마음이 간다.” - Ai Hashimoto ((하시모토 아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여주인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