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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 엄숙한 시간
제2장 | 석상의 노래 제3장 | 탄식 제4장 | 오오, 눈물로 가득한 사람아 제5장 | 눈물 항아리 제6장 | 오너라, 최후의 고통이여 제7장 | 사랑의 노래 |
Kanae Minato,みなと かなえ,湊 かな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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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작문, 읽기, 쓰기, 공부, 운동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엄마가 기뻐하고 칭찬해주길 바라며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때 제 대답은 받아줄 사람을 잃은 채 공허하게 맴돌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어머, 기쁘구나!”라는 엄마의 행복해하는 대답이 돌아와야 했거든요.
“널 낳았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난 이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더라도 내 아이는 무언가를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 아이가 못 하더라도 이 아이가 낳은 자식이 무언가를 남길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는 건 바로 나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잖니.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지. 그럼으로써 역사 속에 점이 아닌 선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된 거야. 이 정도로 멋지고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신부님, 행복했던 시간에 대해 이제 다 적었는데도 저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왜 딸을 애지중지하며 모든 걸 다 바쳐 키웠는지. 정말로 답이 존재하긴 할까요? 답을 찾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신부님은 단지 제 마음에 평안을 되찾아주려고 이 노트를 건네신 게 아닌가요? 아니면 신부님은 여기까지만 읽고도 답을 알아내셨을까요? 아니면 신부님은 처음부터 답을 알고 계시면서 제가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유도하며 기다려주시는 걸까요? 노트를 돌려드릴 테니 만약 답을 알고 계신다면 알려주시겠어요? 국어 선생님에게 사전을 건네며 오늘 아침 신문에 실린 여고생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아느냐고 별 기대감 없이 물어보았다. 그러자 자기가 전에 근무하던 학교라는 시원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어젯밤에 예전 동료한테 연락받았다고 한다. “그 애가 1학년 때 내가 부담임이었거든. 학교 측에선 자살이면 어떡하냐고 노심초사하나 본데, 그 애가 그런 짓을 할 리 없어. 창가에 풍경이라도 달아놓으려다 실수로 떨어졌겠지. 왜, 그 일에 관심이라도 있어?” 집 전체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설마!’ 하고 몸을 일으킨 것과 동시에 집이 크게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뒷산이 무너지며 토사가 쏟아져 들어온 겁니다. ‘콰과쾅!’ 하고 크고 무거운 것이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엄마!” 두 사람을 다 구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랬을 겁니다. 한 명밖에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주저했습니다. ‘나를 낳아준 사람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낳은 사람을 구할 것인가?’ 그리고 제가 얼마나 찢어지는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는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겁니다. 미래가 창창한 쪽이 살아남아야 한다거나 엄마라면 당연히 자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탁상공론은 딱 질색입니다. 그런 사람들이야 결국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도망칠 게 뻔합니다. ‘외할머니?’ 순간적으로 외할머니의 발을 떠올렸지만 감촉은 전혀 달랐다. 울퉁불퉁하고 딱딱했다. 하지만 따뜻한 발끝이 내 양발을 휘감으며 감싸주었다. 깜짝 놀라 눈을 뜨고 발이 들어온 쪽을 보니 희미한 불빛 아래서 이쪽을 보는 토오루의 얼굴이 보였다. 눈을 감은 채 규칙적인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 어쩌면 잠꼬대인지도 몰랐다. 내 발이 데워지기 전에 토오루의 발이 식어버릴까 봐 미안해서 천천히 발을 빼려고 했다. 그런데 못 움직일 만큼 강하게 힘을 주었다. 딸아이에게 아무 잘못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제 손을 잡는 걸 뿌리친 적도 있습니다. 그 잘못을 사과하는 의미도 담아서 잠들어 있는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던 겁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저를 거부했습니다. 신부님, 애정이란 직접 닿지 않으면 커질 수가 없는 걸까요? 마음만으로는 전해질 수 없는 걸까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도 계속 그분의 사랑을 느끼고 있거든요. 제가 웃어른들을 공경하고 제 만족보다는 다른 사람의 기쁨을 우선시하는 건 바로 엄마께 받은 사랑으로 형성된 성격입니다. 딸아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 때문일까요? 경찰은 딸아이의 방과 수양벚나무 주변을 중심으로 유서를 찾았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딸아이의 책상 맨 위 서랍에 들어 있던, 릴케의 시를 옮겨 적은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던 겁니다. “엄마, 용서해주세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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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낳고부터 내 불행은 시작됐어!”
사랑받고 싶은 딸과 외면하는 엄마, 모성 따윈 존재하지 않는 허상일까? 이야기는 공영주택 화단에 쓰러져 있던 한 여고생에 관한 신문 기사로 시작된다. “어느 날 공영주택 화단에 여고생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다. 신고자는 다름 아닌 여학생의 어머니였다. 학생의 담임 선생님은 “태도가 성실하고 반 친구들의 신뢰도 두터웠으며 특별한 고민은 없어 보였다.”라고 진술했다. 여고생의 엄마는 “모든 걸 바쳐 소중하게 키워 온 딸이 이렇게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곧이어 엄마의 고해성사와 딸의 독백이 교차하며,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엇갈리는 두 사람의 관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야기는 11년 전 태풍이 불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계절마다 꽃들이 만발한 정원, 행복한 노랫소리, 릴케의 시, 그리고 예쁜 딸을 둔 부부. 하지만 그날,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시작된다. 불 속에 갇힌 친정엄마와 어린 딸, 한쪽만 구해야 하는 믿기 힘든 상황에서 ‘나를 낳아준 사람’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낳은 사람’을 구할 것인가? 소설 『모성』을 통해 미나토 가나에는 ‘위대한 모성’ ‘애틋한 모녀 관계’라는 틀에 박힌 사고에 균열을 일으킨다. 하지만 모성은 우리에게 종교보다 더 근원적인 믿음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부정한다면 이 세계를 지탱하는 어떤 가치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지만 세상 곳곳에서 오늘도 이를 부정하는 듯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그 잔혹한 결과를 차마 직시하지 못하고 애써 외면할 뿐이다. 미나토 가나에는 작가의 운명을 걸고 집필한 이 책 『모성』으로 읽는 재미는 물론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당신은 모성을 믿는가?’라며 무책임한 세상과 우리를 도발한다. “불이 나던 그날, 딸을 구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작가 특유의 집요한 시선과, 불편한 질문 인간 내면에 감춰진 고통스러운 진실 딸과 손녀에게 무조건 사랑만 주던 친정엄마가 사라진 뒤 많은 것이 달라진다. 예상치 못한 혹독한 시집살이가 시작되고, 엄마는 시어머니에게 인정받고자 모든 희생을 감수한다. 전통적인 일본 전통 가정에서 엄마와 딸의 궤적은 백팔십도 달라지고, 언덕 위의 집에서 쌓아올린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산산조각이 난다. 암울한 현실은 모녀 관계의 갈등에 불을 지핀다. 딸은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사랑을 갈구하지만, 어린 딸의 마음은 오히려 엄마에게 더 큰 절망감을 가져다주어 두 사람의 관계는 한없이 어그러진다. 엄마는 딸아이를 ‘애지중지 키우라’는 친정엄마의 유언을 떠올리면서도, 절박한 현실 속에서 딸을 향한 원망만 점점 더 커진다. 마침내 엄마는 태풍이 불던 날의 일을 후회하기에 이른다. 이는 두 사람의 관계를 점차 파국으로 이끈다. “불이 나던 그날 딸을 구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자신의 친정엄마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의지했지만 정작 딸에게는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딸의 고통스러운 평행선. 미나토 가나에는 특유의 치밀한 구성 속에서 숨겨진 진실과 기막힌 반전을 통해 이를 묘사한다. 엄마와 딸의 독백과 회상이 이어지다가 각 장의 끝부분에 나오는 그들의 감정이 응축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아름다운 시구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엄마이기 전에 딸이었던 엄마는 자신의 엄마와 딸 중 누구의 생명을 선택해야 옳았을까? 모성으로 포장된 엄마의 가식을 아는 딸은 어떻게 진정한 엄마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딸을 자살로 내모는 엄마의 죄는 진정 그녀만의 잘못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독자의 몫이 된다. 저자는 화제의 데뷔작 『고백』을 뛰어넘는 후속작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쓴다면, 작가를 그만둬도 좋다는 생각으로 썼다.”라고 말할 정도로, 작가의 운명을 걸고 이 책을 완성했다. 독자들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나토 가나에가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독자의 가슴에 지우지 못할 흔적을 남겼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