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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일상을 뒤로 하고 산을 오르는 여자들
누가 다치기보다는 치유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미나토 가나에 신작. 이별의 슬픔, 사랑의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다양한 고민을 안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오르는 여자들의 이야기. 아무도 죽지 않는 소설이지만 함께 산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다.
2019.04.02.
소설/시 PD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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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묘코 산 (妙高山)
2 히우치 산 (火打山) 3 야리가타케 (槍ヶ岳) 4 리시리 산 (利尻山) 5 시로우마다케 (白馬岳) 6 긴토키 산 (金時山) 7 통가리로 (Tongariro) 8 가라사와 (??) 축제로 |
Kanae Minato,みなと かなえ,湊 かな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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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무슨 생각해?”
등 뒤에서 말을 걸자 언니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오 초 정도 잠자코 있기에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려 했을 때였다. “남편이 이혼해달래.” 언니는 이렇게 말하고 슥 앞을 보더니 다시 걷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담담히 말하는 바람에 말뜻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꽤 뒤처져서 엇 하는 목소리가 나오려는 것을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혼. 언니가 이혼. 분명 언니의 올바른 인생에 이혼이라는 말 따위는 있어서는 안 될 텐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뭐가 원인인가? 언니에게 잘못이 있나? 형부에게 잘못이 있나? 나나카는 어떻게 하나? 물어보고 싶은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 넘쳐흘렀지만 언니가 먼저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이쪽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언니가 등산 파트너로 나를 고른 의미가 없어진다. --- p.183~184 그걸 보고 남자는 우리를 붙잡지는 않았지만 닳아빠진 바지 주머니에서 명함 크기만 한 종이를 두 장 꺼냈다. 친구가 경영하는 바의 한 잔 무료 쿠폰이니까 들렀다 가보라며 길 앞쪽을 가리켰다. 가로등 불빛이 겨우 닿을 만한 곳에 오래된 서부극에 나올 법한 2층 목조 건물의 술집이 보였다. 근사하다고 생각하면 근사해 보이기도 하고, 수상쩍다고 생각하면 수상쩍게 보이기도 했다. 요시다는 전자고 나는 후자였다. ―분명 뭔가 수상하다니까. 관두자. ―나는 뭔가 재미있는 예감이 확 드는데. 여행 끝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모험해보자. 모험인가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요시다를 따라가기로 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되는 대로 여행이 지금까지는 대성공이었으니까 여기서는 요시다가 하자는 대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 입구는 2층에 있었다. 거기서 나는 다시금 주춤했지만 요시다는 내 쪽을 돌아보지 않고 폭 좁고 녹슨 철제 계단을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올라갔다. 철컹 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가자 길거리에서 말을 건 남자와 꼭 닮은 분위기의 점주가 쾌활하게 맞아주었다. 하지만 역시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 p.289~2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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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나요, 산? 빨리 올라가려 할 필요는 없어요.
한 걸음씩 천천히 발을 내딛다 보면 목적지에 확실히 도착하거든요” 에피소드#1 묘코 산 백화점에서 일하는 리쓰코는 입사 동기인 유미, 마이코와 함께 첫 등산을 계획한다. 하지만 묘코 산을 오르기로 한 당일, 마이코는 컨디션을 이유로 등산 모임에 불참한다. 사실, 마이코가 빠지면 다소 어색한 관계인 리쓰코와 유미이지만, 새로 산 등산화도 신어볼 겸, 나란히 묘코 산 정상을 향한다. 결혼을 앞둔 리스코는 머릿속이 복잡한 탓에 한참 뒤처지는 유미를 신경 쓰지 못하는데…. 에피소드#2 히우치 산 어쩐지 화려한 거품경제의 분위기를 풍기는 사십대 여성 미쓰코. 우연히 참가한 단체 미팅에서 수수한 분위기의 남성 간자키와 커플이 성사된다. 미쓰코의 생일날, 평소 등산을 즐기는 간자키는 미쓰코에게 등산화를 선물한다. 결국 두 사람은 히우치 산으로 등산 데이트를 나선다. 간자키는 고급 초콜릿 간식을 준비하는 등 미쓰코의 등산 데뷔를 위해 만전을 기하지만, 사실 미쓰코는 왕년의 ‘마운틴 걸’이었는데…. 에피소드#3 야리가타케 백화점에 근무하는 ‘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세 살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야리가타케 산은 벌써 세 번째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정상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동행인의 컨디션 탓도 있었고, 날씨 탓도 있었다. 역시 단체행동은 나와 맞지 않는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홀로 정상까지 오르리라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는 나의 앞에 중년 커플이 나타난다. 에피소드#4 리시리 산 서른다섯 살, 독신, 본업은 번역가이지만 귀향 후에는 아버지 양파 농사를 도우며 지내는 미야카와 유미. 어느 날 의사 남편을 둔 잘난 척 대마왕 언니에게 같이 등산 가자는 제안을 받는다. 잔소리꾼 언니는 반갑지 않지만, 비용 부담도 없는 데다 행선지가 여름의 홋카이도 리시리 산이라니, 유미는 눈을 질끈 감고 자매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리시리 산의 날씨는 좋지 않고, 언니의 잔소리 폭격이 이어지는데…. 에피소드#5 시로우마다케 리시리 산에 이어 동생 유미와 오르는 시로우마다케. 이번에는 딸 나나카까지 셋이서 함께이다. “이제 자유롭게 살고 싶어. 내 인생에는 부인도 딸도 필요 없어”라는 남편의 폭탄선언 이후 나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늘 정답을 쫓던 내 인생에 ‘이혼’이라는 두 글자는 없었는데….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오르며 남편과의 만남부터 결혼, 방을 따로 쓰기로 한 첫날 등을 떠올려본다. 에피소드#6 긴토키 산 남자친구인 다이스케와 함께 하코네 특급열차에 오른 마이코. 가난한 연극 배우 다이스케는 어제도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는지 열차에 오르자마자 곯아떨어진다. 덕분에 마이코는 잘생긴 다이스케의 얼굴을 모처럼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었지만, 점차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인다. 나 없이는 한없이 어색하던 리쓰코와 유미가 어째서 둘이서만 영화를 본다는 걸까? 혹시 다투는 게 아닐까? 아니, 나는 그들이 다퉜으면 싶은 걸까? 에피소드#7 통가리로 웹사이트 ‘여자들의 등산 일기’에서 각종 모자를 만들어 파는 유즈키는 오랜만에 뉴질랜드 트래킹 투어에 참가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신비의 땅 통가리로 국립공원, 첫 여행은 옛 연인 요시다와 함께한 자유여행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번에는 패키지 투어를 신청했다. 이제는 혼자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길을 함께 걸었던 요시다가 떠오르면서 외로움이 밀려드는데…. 에피소드#8 가라페스에 가자 언니의 제안으로 리시리 산에 다녀오고, 뒤이어 시로우마타케에 오른 뒤, 나는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여자 혼자 낯선 산이라니, 위험하지 않을까? 어쩐지 두려움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내 성격에 마흔 목전에 인생의 새 친구가 필요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마운틴 걸’이 모인다는 웹사이트 ‘여자들의 등산일기’의 조언에 따라, 친구도 찾을 겸 등산 페스티벌에 참가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