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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지갑은 의심한다 6
제2화 지갑은 속인다 54 제3화 지갑은 훔친다 114 제4화 지갑은 고민한다 162 제5화 지갑은 배운다 208 제6화 지갑은 춤춘다 264 옮긴이의 말 325 |
Hika Harada,はらだ ひか,原田 ひ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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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지갑은 확실히 ‘물’로 이어집니다. 풍수에서는 ‘금’은 ‘물’과 어울리면 불어난다고 하니 물빛 지갑은 나쁘지 않습니다. 한편 물은 ‘흘려보낸다’, ‘물거품이 된다’처럼 사라져 버린다는 의미의 비유로도 사용되니, 물빛 지갑으로 돈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네요.
--- p.10 루이비통 지갑은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하고 중고마켓에 팔았다. 아까워서 아직 상자에서 꺼내지도 않았는데. 10만 엔짜리 지갑이었지만 ‘M.H’라는 이니셜을 넣은 게 원수가 되어 좀체 좋은 가격을 못 받았다. --- p.51 그녀가 트위터에 ‘벨크로 지갑을 사용하는 남자는 평생 연 수입 3백만 이하에 결혼도 못 한다’라고 올려 화제가 되었고, 그 덕분에 ‘지갑 어드바이저’로 데뷔한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전까지는 별 볼 일 없는 풍수가로 인터넷에 운세 기사를 주로 써오던 작가였는데, 그 트위터 하나로 지금의 위상을 잡은 것이다. --- p.58 다시 말해 5천만 엔이 있으면 조기 은퇴할 수 있고, 세미리타이어(semi-retire)하고 소일거리만 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다. 설령 조기 은퇴하지 않아도 그만큼 자산이 있으니 회사를 언제고 관둘 수 있다고 생각하면 상사에게도 당당히 굴 수 있다. 마음속에 사표를 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의 5천만이었다. --- p.119 남들만큼 노력해 왔다. 초중고 내내 우등생이었고 학교에서 제일가는 미인은 아니었어도 반에서 3, 4등 정도는 하는 외모였다. 중학교 때부터는 육상부에서 나름 활약했던 터라 고백해 오는 남자도 제법 있었는데. 일도 안 풀리고 남자도 안 풀리고 대체 나란 인간은 뭔가, 어딘가에서 큰 실수를 한 게 아닐까. 그렇게 다시 집어 든 것이 풍수를 비롯한 운세 책이었다. --- p.170 “결혼은 못 하겠다. 빚 있는 여자를 누가 좋아하겠어. 말도 안 되지.” “응.” “평범하게 행복해지고 싶어. 평범이면 되는데.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 낳고.” 하늘의 별 따기만큼 말도 안 되는 꿈이라는 건 서로 잘 안다. --- p.219 코로나는 사람을 가난하게도 풍요롭게도 했다. 잃은 사람과 얻은 사람의 차이는 뭘까. 운? 확신? 다른 사람보다 눈치가 빨랐던 것? 그런 사소한 차이로 인생이 바뀐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메워지는 때가 올까. --- p.2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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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갑은 어떤 꿈을 꾸나요?”
한없이 가볍기만 한 소시민들의 지갑 사정을 가감 없이 들여다보다 하즈키 미즈호는 회사 동료와 결혼해 임신을 계기로 퇴직하고, 현재는 육아에 전념하는 전업주부다. 좋아하는 잡지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식재료는 1엔이라도 저렴한 초특가 상품으로 알뜰하게 산다. 그렇지만 미즈호의 오랜 꿈은 루OOO 명품 지갑을 갖는 것. 아끼고 아껴 마침내 지갑을 손에 넣지만 이내 남편이 상당한 카드 빚을 지고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미즈호는 눈물을 머금고 지갑을 중고마켓에 내놓는다. 지갑에는 하즈키 미즈호의 이니셜 M. H.가 각인되어 있어 제값을 받지도 못했다. 이후 공교롭게도 같은 이니셜인 미즈노 후미오가 미즈호의 루OOO 지갑을 구매한다. 가난한 환경 속에서 어렵게 삼류 대학에 진학했지만, 등록금을 내지 못해 중퇴하고 다단계 판매에 발을 들인 후미오. 다단계 강의에 관심을 보인 동창을 만난 날, 후미오는 동창에게 지갑을 도둑맞고, 쉽게 돈을 벌려던 자신의 마음가짐을 돌아본다. 후미오의 지갑을 훔친 동창생 노다 유이치로는 평생을 월급쟁이로 사는 대신 주식 투자로 조기 은퇴를 노렸지만 파산한 상태다. 노다가 현금만 빼고 버린 루OOO 지갑은 벼룩시장에 다시 진열되고, 그 지갑을 젠자이 나쓰미라는 재테크 칼럼니스트가 차지한다. “벨크로 지갑을 사용하는 남자는 평생 독신으로 산다”라는 트윗으로 일약 유명해진 후 풍수와 재테크를 결합한 내용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인기 강사로 활동했지만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갈등한다. 그러던 중 젠자이는 학자금 대출 상환에 시달리는 두 젊은 여성을 우연히 만나고 그들에게 자신의 지갑을 선물한다. 돌고 도는 지갑처럼 돌고 도는 돈에 일희일비하는 게 바로 인생 『지갑은 꿈꾼다』는 인물들의 손에서 손으로 넘어가는 지갑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살아가면서 직면할 수밖에 없는 돈과 인생의 문제들을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 보인다. 「지갑은 춤춘다」 에피소드에서 학자금 대출을 모두 상환한 마이코가 “정말 다행이야, 최대한 담담하게 말하려고 했는데 말이 잘 안 나왔다. 목 안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서”라고 감격에 겨운 모습으로 말하듯, 돈이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기기도 하고, 깊은 절망에 빠트리기도 하는 인생의 필수 요소다. 때로는 미신에 혹하게도 하고 일확천금을 노리게도 하는 것이다. 어렵게 모였다가 쉽게 흩어지고 행복과 불안을 동시에 주기도 하며 사람의 인성을 바꾸기도 하는 돈. 따라서 돈에 웃고 우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겪는 일이다. 평범하면서도 사실적인 『지갑은 꿈꾼다』 속 인물들은 모두 M. H.라는 이니셜의 이름을 지닌 이들이다. 이 필연 같은 우연은 작품에서 서로를 돕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고 구원이 되기도 하고 절망을 안기기도 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상징한다. 돈을 좇는 과정이 곧 인생이고, 그 과정을 거치며 사람도 변해간다는 메시지를 하라다 히카는 이니셜을 넣은 지갑의 여행을 통해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오늘부터 갓생? 아니 돈생이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하는 이야기 독자의 공감을 자아내는 에피소드와 더불어, 주인공 하즈키 미즈호가 처절한 경제적 빈곤을 딛고 일어서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이 소설은 성장 서사로도 읽힌다. 단돈 1엔이라도 싼 것을 고르는 게 전부였던 전업주부 하즈키는 돈을 벌고 모으고 불리는 방법을 터득한 건물주로 거듭난다. “5백 엔짜리 우산은 못 산다, 5천 엔짜리 지갑도 못 산다, 하지만 2백10만 엔짜리 집은 어떻게든 사고 싶다. 그건 바로 ‘부동산’, 재산이니까. 땅은 없어지거나 낡지 않는 ‘자산’으로 평생 내 것이다”라고 말하는 미즈호는 이제 돈에 휘둘리지도, 여전히 돈을 마구 쓰지도 않는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돈을 현명하게 다루는 법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하라다 히카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각자의 생활방식을 돌아보며 돈을 다루는 방법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돈 때문에 인생을 포기하려는 이들에게 인생의 밑바닥에서 어떻게든 회복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고 이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그러므로 『지갑을 꿈꾼다』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현실적인 문제들을 점검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독자들을 따뜻하게 북돋우는 소설이다.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돈을 대하는 태도와 선택에 있다는 작가의 조언이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강하게 와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