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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숲속에 소풍 가서
허브를 잔뜩 따왔어.” “우와, 재밌었겠다.” 교실 한쪽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반 친구들의 목소리. 도서관으로 향하면서 릴리는 그 모습을 바라봤어요. ‘숲속 소풍?’ 바삭 바삭 바사삭…… 낙엽을 밟으면서 걸으면 기분 좋겠다. 도서관에 도착해 우연히 『숲속 도감』이라는 책을 만났어요. 책을 펴자 안개가 자욱한 숲의 신비한 풍경이 펼쳐졌어요. 푸른 망사 같은 옅은 안개 사이로 보이는 나무들의 자태에 릴리는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우와, 아름답다.’ 책장을 넘기자 이번에는 다양한 숲속의 소리가 친절히 쓰여 있었어요. 종달새의 노랫소리. 호오 휘이힉 호오 휘이힉 산비둘기 소리. 꾸꾸 꾹꾹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살랑이는 바람 소리…… 숲이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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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들며
돈을 들이지 않고 노는 데 천재인 유럽 사람들은 짬이 날 때마다 숲으로 훌쩍 떠납니다. 치즈나 와인을 가지고 모여 소풍을 하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걷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책을 들고서 일광욕과 산림욕을 즐기기도 하죠. 숲을 방문하는 데 이렇다 할 목적은 필요 없습니다. 그저 자연의 일부가 되면 됩니다. 어린 시절을 독일 쾰른에서 보낸 제게 숲은 줄곧 친근한 존재였습니다. 어른이 되어 영국을 거쳐 프랑스로 이주한 지금도, 그건 변함이 없습니다. 창작이 막히면 노트북과 스케치북을 들고 저는 숲으로 갑니다. 숲은 상상력을 키우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숲속으로 한 발짝 들어가면 중압감이나 자의식과 같은 마음의 잡음이 사르르 사라지며 대자연에 둘러싸인 느낌을 받습니다. 보잘것없는 자신이 신경 쓰이지 않게 되고 살아갈 활력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어떤 나라에 살아도 숲은 제게 고향 같은 존재입니다. 이번에 숲을 주제로 한 그림책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문득 숲속 소리와의 인상적인 만남이 있었던 일을 떠올렸습니다. 일상생활에 피곤함을 느끼면 저희 부부는 종종 몸과 마음을 힐링할 도피처를 찾는데, 베를린 교외 북부의 메클렌부르크 호수 지방 부근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에도 등재된 굉장한 원생림 숲을 찾았던 날의 기억. 산책 중에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딱딱 딱딱 딱따그르르……. 깜짝 놀라 얼굴을 마주 본 저희는 숨 쉬는 것조차 잊고 가만히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소리는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였습니다. 딱딱 딱딱 딱따그르르르……. 귀여운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이어서 다양한 숲의 소리가 조금씩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휘이익휘이익, 바람 소리. 사라사라사라,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 뚝, 나뭇가지가 떨어지는 소리. 숲에 둘러싸인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근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감동과 숲의 굉장함을 독자 여러분께도 느끼게 해주고픈 마음으로 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생생한 숲의 리듬을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일러스트와 여러 가지 의성어를 조합해 소리를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활기찬 숲의 모습뿐 아니라 ‘정적’에 관해서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몇 년 전, 오랜 친구였던 반려묘를 떠나보내고 저희가 다시 같은 호숫가의 숲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가을의 이른 아침, 호수 주변은 자욱한 안개와 정적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활기찬 소리에 둘러싸여 있던 숲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잔잔해지며 평온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안개가 저희의 슬픔을 빨아들이며 곁에 있어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쁨과 분노, 혹은 구제불능의 슬픔. 일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발밑만 쳐다보며 살아가게 되는 우리지만 고개를 들어 귀를 기울이면 자연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딜 용기를 줍니다. 아름다운 숲이, 호수와 강이, 대지가 언제까지고 변함없이 계속 있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