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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사람들≫은 한국 전쟁 당시 정부가 반공주의를 내세우며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보도연맹 학살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이다.이 책에서 두 가지 감상 포인트를 찾았다.하나, 불편한 역사 마주하기'보도연맹 학살 사건'은 명백한 국가 폭력에 의해 발생한 일이다. 좌익과 우익, 양 극단으로 내몰린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 최소 20만 명에서 최대 120만 명에 이르는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당대 국가가 행한 잔혹함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케 한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희생자 다수가 보도연맹원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좌익이나 우익과는 무관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이젠 검색을 해봐도 어떤 사건인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지만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실 규명은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아픔까지도 시간과 함께 강제로 지워졌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한 민족 간에 벌어진 이 같은 사건을 마주하는 것은 불편한 일일지 모르나, 그럴수록 더욱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스토리역사를 기반으로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삶이 담담하게 그려졌다. 송애와 용실이라는 두 인물이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 좌익과 우익이라는 양 극단의 대립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고, 이웃을 떠나 보내고, 고통과 불안에 떨며 살아야 했던 이들은 슬픔에 좌절하지 않는다. 체제의 폭력에 굴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용기를 내어 회복함으로써 뭉근한 감동을 전한다.작가의 말에도 주인공들의 회복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는 희생자들의 삶이 역사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제대로 기억되고 기록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지워진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보게 된다.ㅡ급변하는 사회에서 인간다움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진정한 인간성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 과거의 비극이 특정한 시대나 집단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언제 어디에서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는 비인간적인 행태를 감지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이 필수다.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가슴은 뜨거워지고, 머리가 차가워지는 소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