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성과 자아 성찰의 길, 격조 높은 아름다운 詩情
이정은 시인의 첫 번째 시조집
이정은 시인의 첫 번째 시조집 『새끼손가락의 반란』은 “가시 박혀 아린 꿈을/ 한 방에 쏘아 올”(「불꽃놀이」)리려는 시인의 리듬을 우리 역시 마음껏 함께할 수 있다. 이번 시조집에서 우리는 양파, 청자켓, 구두, 샤프심과 같은 일상의 사물을 다시-새롭게 이름 붙이는 일과 계절의 순환과 그 경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은 이정은 시인만의 시조 쓰기 방식이자 윤리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시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엄마의 계절’을 따라 충일(充溢)한 여성성의 세계 또한 보여준다. 세계를 “토닥토닥 품”(「낮달 잠 좀 잘래?」)고 여성의 목소리로 여성의 글쓰기를 이어가며 세계를 긍정하고자 한다. 물론, 세계는 여전히 혹은 아직도 “폐허만 남았다 전쟁이 끝난 것처럼”(「환기」) 부정적이지만, 시인은 “굳은살 배겨도/ 발굽 소리 힘차”(「구두, 날다」)게 발을 내디딘다. 그 힘과 가능성은 아마도 시조집 5부에 펼쳐진 ‘동심(童心)’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잃어버린 순수 기억을 찾아서 시인은 앞으로도 시조 쓰기를 계속할 것이다. 벌써, 지금보다 더 따뜻해질 다음 시조집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