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슬퍼진다. 언젠가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걸 깨닫게 하니까. 정물화는 오래전부터 이것을 알고 있었다. 만개한 꽃과 농익은 과일, 깨끗한 식탁보와 반짝이는 식기가 놓여 있던 방은 이제 없다. 그림은 생생히 보여줌으로써 그 방이, 그 빛이, 지금 여기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언한다. 그러나 사라짐의 이치만이 이 슬픔의 전부는 아니다. 어떤 아름다움은 뒤늦게 당도한다. 바니타스의 허무가 소멸을 예감하며 응시하는 슬픔이라면, 칼만의 회한은 잃고 나서야 무엇을 잃었는지 뒤늦게 깨닫는 슬픔이다.
모른 채로 잃어가는 일, 돌이킬 수 없어 후회하는 일, 그것이 삶이라 말하는 이 책에는 꽃과 노래가 있다. 대담한 색과 자유분방한 선이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웃는 사람을 상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는 사람. 불안과 절망과 고독 속에서도 등을 곧게 세우는 사람. 그리고 되돌릴 수 없음을 견디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사람. 사라져버릴 것들을, 뒤돌아 후회할 순간들을, 그럼에도 우리가 왜 사랑하고 살아내야 하는지 이보다 더 아름답게 설득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