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다. 갑자기 내 앞에 소리 극장이 펼쳐진 것이다.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소리들이 시인을 통해 현실이 되었다. 적어도 음악가인 나에겐 그랬다. 마치 직접 들은 것처럼, 시인은 소리의 아주 섬세한 차원까지 들어갔다 나온다. 시라는 게 ‘시’라는 이름을 갖기 전엔 이런 게 아니었을까? 세상의 많은 시를 읽어봤지만, 이토록 소리로 충만한 시가 있었을까 싶다. 심지어 시인이 ‘향’, 즉 냄새와 ‘맛’을 말할 때도 소리는 들린다. 또한 시인이 들려주는 소리를 통해 시인과 나의 옛 시간이 겹치고 서로 대화한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지만 무척 가까운 사이인 것 같다. 이런 경험이 이 순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이른바 ‘예술’이라 하는 인간 활동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