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증 환자』는 1980~90년대 미국 엘에이로 이민을 떠난 두 가족의 디아스포라 서사를 다루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격변과 미국 이민 사회의 속살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팎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야기로 풀려나온다. 수십 년 세월의 부침 속에서 어떤 인물은 좌절하고 분노하고, 어떤 인물은 성장하고 화해한다. 수많은 인물의 사연과 그들이 맞닥뜨리는 사건은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이 소설은 한 시대에 대한 기록이자 증언이다.
계영수 작가의 장편소설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영상화하기 좋은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이었다. 개성 뚜렷한 인물들과 굵직한 한국 현대사의 사건들이 씨줄, 날줄로 얽혀 있어 상당한 분량임에도 단박에 읽어낼 수 있었다.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상처 입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애정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조감도를 제시한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