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부검대 앞에 선다. 그 자리에서 늘 확인하는 것이 하나 있다. 사람의 몸에 적힌 나이는 주민등록증의 숫자와 좀처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같은 해에 태어난 두 사람이라도 어떤 이의 대동맥은 젊은이의 것처럼 매끈하고, 어떤 이의 혈관은 종잇장처럼 딱딱하게 굳어 손끝에 바스락거린다. 간을 갈랐을 때 노랗게 기름이 밴 사람이 있고, 복강을 열자마자 장기 사이사이를 메운 내장지방이 쏟아지는 사람이 있다. 법의학자는 그 차이를 매일 눈으로 읽는다. 저자 데이비드 콕스가 이 책에서 ‘생물학적 나이’라고 부르는 것을, 나는 오래전부터 시신의 조직 속에서 만나온 셈이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가웠다. 저자는 혈액 한 방울로 노화 시계를 읽는 최신 과학을 좇아 6개국을 취재하지만, 그 결론은 놀랍도록 소박하다. 우리를 늙게 만드는 것은 결국 하루 세 번의 식탁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주장을 부검 소견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저자가 ‘가장 강한 독소’라 부르는 최종당화산물(AGE)이 콜라겐에 달라붙어 조직을 뻣뻣하게 만든다는 설명은, 오래 당을 많이 섭취한 몸의 혈관과 심근이 실제로 탄력을 잃고 굳어 있는 모습과 정확히 겹친다. 콜라겐은 인체 단백질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한번 손상되면 잘 교체되지 않기에, 젊은 날의 식습관은 수십 년 뒤 조직 속에 고스란히 흔적으로 남는다. 몸은 우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정직하게 기록하는 마지막 증인이다.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스스로를 실험대에 올렸다는 데 있다. 두 달간 초가공식품을 끊자 페노에이지(PhenoAge)는 4.2년 젊어졌고 내장지방과 간 지방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저자는 같은 기간 다른 노화 시계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신장 수치는 회복되지 않았다는 ‘실망스러운 결과’까지 숨기지 않고 적는다. 감정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소견을 기록하는 것—이것이야말로 내가 부검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다. 노화는 두 달로 되돌려지지 않으며, 열 가지 영양학적 스트레스를 모두 정복하려 애쓰다 보면 도리어 건강 염려증에 빠진다는 저자의 경고도 정직하고 온당하다.
현대 의학은 수명을 늘리는 데는 눈부시게 성공했지만, 우리는 더 오래 살면서 더 오래 아프다.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의 그 벌어진 틈—법의학자로서 나는 그 틈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누구보다 자주 목격한다. 이 책은 그 틈을 좁히는 열쇠가 먼 곳의 첨단 약물이 아니라 오늘 저녁 식탁 위에 있다고 말한다. 무엇을 끊어야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부족한가를 묻는 이 담백한 전환이, 나는 마음에 든다. 죽음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으로서 감히 권한다. 잘 늙는 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든 분께, 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는 모든 분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