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로서 타인의 고통을 가까이서 마주할 때가 많다. 수없이 많은 부검을 통해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비참한 사연들이 몸에 새겨져 있음을 본다. 거기에는 교만, 분노, 패륜, 불신, 거짓이라는 악덕이 얼마나 현실을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는지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 반대편에서 겸손, 감사, 효, 신뢰, 정직이라는 덕목을 차근히 배워나가며 치유되고 있음을 느꼈다. 눈에 잘 띄지 않아 쉽게 넘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무너지는 순간 우리 삶의 근간을 뒤흔들 덕목들. 이 책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윤리학의 주제들을 쉽고 친절하게 풀어냄으로써 ‘어른다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한 토대를 마련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