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마다 백 명이 넘는 말없는 몸을 마주한다. 부검대 위에서 내가 던지는 질문은 늘 하나다. 왜 이 사람은 여기까지 왔는가. 차승민 선생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가, 그 행동의 뿌리에는 무엇이 있는가. 성 대리와 라스타, 구 씨와 송태섭을 지나 진료실의 이름 없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끝내 진단명을 붙이지 않는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지 않으려는 그 조심스러움이 나는 못내 미더웠다. 몸이 거짓말하지 않듯 마음도 거짓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읽지 못했을 뿐이다. 제때 이해받지 못한 아픔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터진다는 저자의 문장 앞에서, 나는 한참을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