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해져가는 물건, 사람, 사건을 수집하는 사람, 그리고 주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영화 잡지 [씨네21] 기자, 남성 패션지 [GEEK] 디렉터, [허핑턴포스트] 편집장을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 글쟁이로 오만 가지 글을 쓰고 있다. 동시에 유튜브 영화 채널 [무비건조]에 출연 중이다. 에세이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와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를 썼다.
나는 X세대다. 고로 90년대를 사랑한다. 이렇게 말하는 순간 MZ세대 친구들은 불평할 것이다. 그놈의 90년대 타령 지겹다고 말이다. 어쩌겠는가. 그 시대는 낙관의 시대였다. 쿨함의 시대였다. 대안의 시대였다. 최후의 아날로그 시대였다. 90년대는 홀로 너무 쿨한 탓에 지나치게 가벼운 시대로 간주되며 잊혀졌다. 역사책을 물속에 던져 넣으면 90년대 챕터만 ‘십 대의 영혼' 냄새를 풍기며 수면에 둥둥 떠다닐 것이다. 척 클로스터만은 그 혼란스러운 냄새를 풍기는 챕터를 슬쩍 건져내어 날렵하고 단단하게 재조립한다. 『90년대』는 지구 역사상 마지막 낭만의 시절에 바치는 사랑 고백이자 이별 노래다. X세대 특유의 쿨병을 슬그머니 담아낸.
이 세상을 다 주는 힘은, 이 세상을 다 받아낼 힘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겠는가. 지숙이의 순수를 나는 '강인한 무지'라 부르고 싶다. 인간처럼 사회적으로 길들여지지 않았기에 지숙이의 지능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탐구하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탐구해내는 용기가 온갖 질문을 기다리고 있다. 사회성이 결여된 그 무지에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강하다. 현존하는 창작자의 순수를 압도한다.ㄴ마치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젊은작가청예
스텔라 테넌트많은 자살은 우울증이 도화선으로 작용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무시무시한 인지 변화를 겪는다. 긍정적인 생각 자체가 마음에서 완벽하게 사라진다. 모든 부정적인 기억을 꺼내어 곱씹고 또 곱씹는다. 세상은 곧 절망으로 가득찬다. 희망은 완벽하게 소멸한다. 많은 우울증 환자가 죽는다. 그건 선택이 아니다. 선택을 할 수 있는 두뇌의 회로 자체가 어긋난다. 선택은 불가능하다. 우울증 환자에게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의지가 없다.
롭 헬퍼드헬퍼드의 커밍아웃은 헤비메탈 역사의 중요한 순간 중 하나였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차별받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유명인들이 커밍아웃하는 것은 숨어있는 성 소수자들에게 막강한 힘이 된다. 특히 헬퍼드의 커밍아웃은 가장 남성적이라고 불리는 음악 장르에서도 다양한 성적 지향과 정체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가사화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성별 정체성에 부여된 스테레오타입도 때려부쉈다.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다. -중략- 성소수자들의 삶은 여전히 새벽빛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동이 트기도 전에 많은 성소수자들이 떠나간다. 아침이 데려가기 전에 그들의 속삭임을 들어야 한다. 속삭임은 모이면 외침이 된다. 이미 외침을 어디에나 있다.
세계를 만드는 의지는 상상과 다른 차원의 문제다. 창작의 힘은 '문을 개방하는 힘'에 가깝다. 좋은 이야기란 작가가 자신의 나침반을 믿고 가장 멀리까지 항해했을 때 마주하는, 선박에 닿은 파도의 흔적들이다. 작가는 사회가 바다에 박아놓은 구조물들의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이 과정이 곧 창작의 여정이다.ㄴ기존의 것을 답습하면 안 된다. 개척자가 되어야 한다.#젊은작가청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