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이 무해하다는 세간의 소문 속에서 그와는 곤란할 정도로 거리가 먼 오염된 욕망의 주파수를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평론이 여기에 있다. 통속소설이나 여성주의 가치를 저버리는 소설이라 폄하된 작품들을 거침없이 집어들어 맛있게 읽는 데 있어서는 오은교를 따라갈 자가 없다. 정체성 정치의 시대에 넘실거리는 나르시시즘과 강박과 자기혐오에 깊이 몸 담근 채 치열하게 해부하는 일 역시 그의 장기다. 그러니 이 평론집은 작가의 의도를 섬세하게 읽는 쪽이 아니라, 독자의 튀어오르는 욕망과 뒤엉키는 자리에서 출발한다. 숨겨진 난잡한 욕망을 읽어내면서도 그 뒤틀림이 세상의 규범과 정상성의 형식을 어떻게 찌르고 틈새를 내는지 정확하게 짚어내기에 독자의 수치와 영광이 모두 여기에 있다.
제정신 아닌 자들이야 언제나 문학의 주인공이었고, 이 평론집은 함께 미쳐 거기 가 있는 절창이다. 그리스신화의 코러스와 신기 오른 무당이 줄줄이 떠오르는 이 글들로 인해 한국문학은 외로울 틈 없이 신명이 날 듯하다. 오십여 년 전 영미문학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있었다면, 이제 우리에게는 『제정신병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