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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국내작가 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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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국내작가 문학가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평론집 『지도의 암실』, 『디아스포라 문학』, 『밖으로부터의 고백-디아스포라로 읽는 세계문학』, 『길은 뒤에서 온다』, 『기도이거나 비명이거나』 등이 있고, 『문학 그 높고 깊은_박범신 문학연구』를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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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추천

  • 동아시아 3국을 대표하는 작가들 나쓰메 소세키, 루쉰, 홍명희와 이광수가 제국의 수도 도쿄에 찍은 부산한 근대의 발자국 일상의 감각이 너무 빨라 절로 탄식이 나오는 시대에 김남일이 글로 그린 근대 풍경을 읽노라니 놀랍게도 지금 못지않은 속도감에 현기증이 난다. ‘20세기 전후 도쿄’라는 탄광에서 김남일이 채굴해온 장면 속에는 익히 아는 듯해도 실상 박제나 다름없던 인물들이 생생히 살아 움직인다. 그들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의 걸출한 위인이 아니라, 고심참담 조바심 내며 매일매일을 살아내 어떤 운명의 성좌에 다다른 이들이다. 1868년 메이지 유신을 단행한 일본의 수도 도쿄. 이곳에 몰려든 조선인과 중국인, 베트남인 들의 달음박질에는 열등감, 전통과 야만, 모던과 천박의 간극 속에 얼크러진 민족주의, 제국주의, 오리엔탈리즘, 인종학 등이 번뜩인다. 도쿄의 서양식 거리를 걷는 유학생들의 비장과 황홀, 조바심, 환멸, 질투는 21세기 최첨단 문명의 거리에서 종종 길을 잃는 우리의 그것들과도 다르지 않다. 그래도 이광수, 최남선, 홍명희, 나쓰메 소세키, 나가이 가후, 루쉰 등 20세기 초 도쿄에서 함께 숨쉬던 동아시아 각국의 청년들은 국경을 넘어 새로운 세기를 이끄는 선도자로서의 결기를 잃지 않았다. ‘나’와 ‘조국’을 생각하던 청년들의 상념을 따라 길은 우에노 공원으로, 요시와라 홍등가로, 또 어쩔 수 없이 식민지 경성으로도 뻗어나간다. 갱도처럼 낯설고 어두운 이 길, 그러나 두어 걸음만 들어가보면 이내 알게 된다. 우리 시대의 점잖은 이야기꾼 김남일이 환등기를 돌려 눈앞에 깔아준 이 길이 『천일야화』에 버금가는 다정한 수다의 비단길임을.
  • 《굿바이 동물원》은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들은 진짜 동물이 아니라 동물을 연기하는 공무원급 사람들. 어쩌자고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는가? 동물 네 명(?)의 구구한 사연이 작가의 놀라운 입담에 의해 롤러코스터처럼 펼쳐지는 경쾌한 소설이다. 하루 종일 마늘을 까고, 100개의 곰 인형 눈깔을 붙이고, 본드에 중독되었다가 고릴라가 된 주인공, 무공을 연마하며 100 대 1의 9급 공무원시험에 도전하다 실패한 앤 고릴라, 대기업 오물처리반에서 일하다 토사구팽당한 조풍년, 사상과 혁명보다 월세와 공과금에 짓눌려 동물원에 온 남파 간첩 만딩고 고릴라. 바나나를 먹고, 털을 고르고, 12미터의 철제 구조물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올라 가슴을 치며 고릴라 흉내를 내는 이들의 비루한 판타지는 시종일관 우리를 포복절도하게 만들지만, 어느 순간 웃음 끝에 비어져 나온 눈물 한 방울을 만나게 된다. 문득 말풍선처럼 떠오르는 불길한 예감, ‘이거 우리 얘기 아냐?’ 한바탕 웃음 끝에 날리는 작가의 이 강펀치는, 이 작품을 만화에서 슬픈 블랙코미디로 바꾸어놓는다. 자본의 기계가 되어버린 우리의 삶이, 최고와 최저의 수위에서 동물과 인간의 한계를 지워버린다는 이 살벌한 농담 앞에서, ‘여기가 철창 밖이 아니라 안일지도 모른다’는 불안 앞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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