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마음으로 살았던 시간이 내게도 있다. 휘청거리는 걸음을 남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아 숨었고 끝내 외로워졌다. 그때 글자가 곁을 내주었다. 책 속에서 만난 ㄱ(기역)의 뒤를 따라 천천히, ㄹ(리을)의 손을 잡고 가만가만 걸었다. 덕분에 주저앉지 않았다. 이 책은 각별하게 귀한 글자들을 모았다. 여러 작가들이 공들여 이룬 ‘소설의 세계’에서 초대한 글자들이 모여 새로운 집을 지었다. 따뜻함이, 위로가, 사랑이, 아름다움이 크고 진한 말들이다. 주위가 캄캄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이가 이 책을 만나면 좋겠다. 이 책에 살고 있는 ㅇ(이응)이, 또 ㅅ(시옷)이 은은히 뿜는 불빛을 의지하여 더듬더듬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기를 그리고 길을 잃지 않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