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65
가사노동에 관한 한 우리 부부에게 일반적(?)이지 않은 히스토리와 패턴이 있어서 길게 말하려 하지는 않는 편인데, 그날 누가 추가 질문을 했다. "그럼 청소를 윤주 씨가 해요?" "음, 청소도 주로 남편이……" "아, 그럼 빨래를 해요?" "아, 빨래도 남편이 많이……" 대화가 여기까지 흐르자 약간 '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어서 좀 곤란하던 즈음, 추가 질문한 이가 또 추가로 물었다. "그럼 윤주 씨는 뭐 해요? 그냥 존재해요?"나도, 말한 이도, 듣던 이들도 와르르 웃었다. 빨래와 청소 사이에 보릿자루처럼 낀, '존재하다'의 깜찍한 존재. 무한 응용도 가능했다. "야, 걔는 조모임에서 뭐 했는데?" "존재했어." "자기야, 우리 이번 주말에 뭐 할까?" "존재하자." "요즘 살기 싫다 진짜." "그래도 존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