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흔적을 온전히 체화해 낸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고요와 안식에 대한 기록이다. 겨울과 허공, 숲과 사막, 소멸과 생성, 그리고 고통을 거쳐 도달하는 황홀의 세계를 나직하면서도 묵직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다. 겨울밤의 골목길에서, 혹은 허허벌판에서 소멸의 이치를 깨달은 깊고 맑은 시선(詩線)이다. 스스로 몸을 버리는 ‘사라지는 연습’을 통해 마침내 땅과 허공의 어느 중간쯤 가볍게 착지하는 영혼의 비행을 보여준다.
무한을 반복하는 인도의 식물들 사이에서, 그리고 뚜벅뚜벅 사람들 틈을 걷는 흰 소의 무심함 속에서 시인은 마침내 고정된 관념의 벽을 무너뜨린다. 생의 상처는 깨짐이자 새로운 창조임을, 파멸이 곧 생성의 어미임을 자이살메르 사막의 적멸 속에서 깨닫는다. “나의 직업은 허공을 걷는 자”라는 시인은 스스로 차가운 쪽으로 걸어가 고귀한 침묵의 성소를 일구며, 고통스러운 삶을 향해 “온통 황홀이었다”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부대끼며 살아온 날들과 서로를 아프게 사랑했던 그 모든 순간이, 파도처럼 부딪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생의 눈부신 흔적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생활 연구자’라 부르는 이은송 시인의 이번 시집은 지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허공을 걷는 듯한 초월적 정조로, 독자에게 신비롭고도 따뜻한 위로를 건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