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은 전통적으로 동양적 인격의 척도로 가능한 사자성어다. 그런데 똑같은 인품의 핵심 요건이면서도 문자를 뒤바꿔 역설적으로 외유내강과 결을 맞추는 ‘외강내유(外强內柔)’가 있다. 겉으로는 강건하고 엄정하지만 내면은 부드러운 어루만짐이 노자의 상선약수를 빌려 자칫 강고해지기 쉬운 외형을 보완하는 것을 이른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박문구 작가다.
호쾌한 인상, 강한 북방식 억양, 선 굵은 쾌도난마가 돋보이는 천상 사내 중의 사내다. 칼칼하고 굵직한 목청은 좌중을 압도한다. 수시로 폭발하는 너털웃음은 주변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양념에 속한다. 언뜻 그리스인 조르바의 화신 같기도 하다. 굳이 구분하자면 좀 더 세련되고 생각이 깊다고 할까. 그러나 그 내면은 섬세하고 여린 아니마가 주조를 이룬다. 따뜻하고 드러나지 않는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어린 후배들과 어울리며 술도 곧잘 산다. 그러면서도 절대고독의 경지에 수시로 잠입하는 혼술의 대가다. 한 마디로 따뜻하다. 올곧고 명쾌하다.
그는 오랫동안 변방에서 비주류의 독자적 세계를 추구해 왔다. 그의 문장은 탄탄하면서도 속도감이 있다. 장편이 체질에 어울리는 서사 중심 소설에는 젊은 빅토르 위고와 헤밍웨이가 공존한다. 반면 이미 발표한 ≪안개사냥≫, ≪강릉, 겨울 그림자≫ 제목이 암시하듯 그의 소설은 모호의 수풀이 선명한 나무와 복선을 이룬다, 숲(배경)과 나무(주제)가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의 수위를 높인다. 일련의 전략적 장치인데 그 은밀한 호흡은 긴장의 발자국을 감추며 시적 은유를 이룬다.
이번 장편소설 ≪너나≫도 일단 재미있다. 20대 주인공을 내세운 데서 보듯 젊고 신선하다. 언어도 싱싱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며칠은 그 여운과 함께 보내야 한다. 때로는 꿈속에 소설의 주인공과 작가가 겹쳐서 나타나기도 한다. 아무쪼록 박문구 작가가 앞으로도 열정과 실험정신, 참신한 상상의 고삐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