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한 김휼의 시선은 그의 필명처럼 사물을 향한 측은지심과 긍휼, 이타적 배려가 바탕을 이룬다. 작고 소외되고 우울한 일상의 저변에서 소중하고 진정한 가치를 도출해내 그 프리즘을 키우고 빛나게 닦아 따스하고 섬세한 고차원의 작품을 빚는다. 김휼은 이번 시집에서 담양을 배경이자 주제로 한 시편들을 한데 모아, 지역적 특성을 보편적 명제로 끌어올리는 성취를 이룬다. 전통미학의 정수를 노래하면서도 대부분의 시인들이 반복해 온 구호적 찬미나 상투적 서정의 안일에 머물지 않고, 그 이면에 담긴 '그늘의 야사'를 조명하기 위해 언어적 치열과 내면지향형 사유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기에 언뜻 사담 혹은 사적인 정취를 술회하는 것 같은 구절도 궁극에는 내밀한 본질과 궤를 함께함으로써 직관과 사색을 통해 육화된 성찰의 메시지를 낳는다.
한 편의 시를 위해 하루를 평생처럼 걷는 시인이 있다. 자전거에 심호흡을 불어넣은 애마 ‘첼로’와, 생철학의 상징어인 ‘사랑이’가 증인이다. 걸음마다 고요하고 정갈한 맨발의 숨결 속에서 자연의 육성인 생명 찬가가 낮고(깊고) 잔잔하게(따스하게) 울려 퍼진다. 안준철에게 시는 연꽃과 함께 쓰는 일기이자 생사의 간극을 뛰어넘는 유서이며, 연둣빛 생의 실록이다. 그는 소슬한 안갯속 겨울 길도 화창한 연둣빛으로 숨쉬고 걸으며 생각한다. 그 청명한 상춘의 율동 속에서 무지개 일곱 색 너머의 여색(餘色)을 밝혀내는 현미경에게만 그의 시는 ‘격의 없는 존엄’의 아랫목을 허락한다. 삼라만상은 아침이슬 한 방울에서 신비로운 저녁노을의 성찬을 음미하는 그에게 종자기(鍾子期)의 지음(知音)을 부여한다. 이런 그에게 시에 기교나 난해를 요구하는 것은 상투적 시론에 오염된 반자연적 사족일 뿐이다. 안준철의 시는 ‘산은 산이다’를 ‘산은 물이다’로 재해석한 후, 다시 ‘산은 산이다’로 귀환한 오랜 사유와 언어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가 돌이킨 ‘산’이 말라르메의 ‘실어’와 김현승의 ‘절대고독’을 순례한 만법귀일의 순수에 터잡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