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번역가. [아바타: 물의 길], [보헤미안 랩소디], [모아나2], [데드풀] 등 영화 600여 편과 [하데스타운], [미세스 다웃파이어], [렛미인] 등 뮤지컬과 연극도 다수 번역했다. 에세이 『번역: 황석희』, 『오역하는 말들』을 썼으며 『꼭 그런 건 아니야』, 『꽃병이 되고 싶어』 등 그림책을 번역했다.
날 선 실험을 통해 우리 시대의 가장 아픈 곳인 갈등과 혐오를 정면으로 응시하다니 나는 이런 용감한 호기심이 있을까. 저자는 타인을 라벨로 박제하는 대신, 그들 삶의 맥락을 '입장'이라는 단어로 복원해 낸다. 그리고 미워하기는 쉽고 이해하기는 피로한 세상에서 기꺼이 그 피로함을 감수하자고 제안한다. 서로 다른 우리가 한 울타리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위대한 서사임을 증명하는 이야기. 섣부른 화해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단단한 공존의 기술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죽는 순간, 내가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간은 어제일까. 아마 높은 확률로 어린 딸을 키우는 지금일 것이다. 아이와 보내는 매일은 평생 기억하고 싶은 에피소드의 연속이다. 이 책의 8에서 9할은 작가님이 우리 집 어딘가에 CCTV를 달아놓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하다. 육아하며 일어나는 일이라는 게 어느 집이나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이렇게 별것 없이 비슷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특별하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하고 순박한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구틈틈 씨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으리라 짐작한다. 웃음 짓게 하는 이야기, 지친 마음을 툭 하고 건드리는 이야기를 말이다. 이 책은 이 가족의 이야기인 동시에 아이를 키우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죽는 순간 떠올리고 싶은, 그 예쁜 찰나의 기억을 이렇게 보송한 그림으로, 고운 글로 남겨주어 고맙다.
그 누구에게도 정의되지 말자. 특히나 내게 무가치한 사 람이 하는 좋지 않은 말에는 더욱. 그들에게 정의되지도, 한 정되지도 말자. 나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이며 나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누군가의 의견을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나를 가장 잘 알고, 나를 가장 아끼는 사 람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하자.
어쩌면 영화번역가라는 사람은 문장의 뜻을 옮기는게 아니라 문장의 뉘앙스를 옮기는 사람이 아닐까 하고. (…) 경험을 근거로 이 문장이 풍기는 뉘앙스의 냄새를 맡는 것. 감독이 아닌 이상 정확한 뉘앙스를 알 순 없지만 정확에 근접한 뉘앙스를 포착해내는 것. 그게 영화 번역가의 일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