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랫동안 재활용을 열심히 분리배출 하면 되는 일쯤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익숙한 믿음에 맞서 뾰족한 질문을 던진다. 왜 이렇게 애써서 버렸는데도 “왜 재활용은 실패하는가”. 인간에게 유익함을 주기 위해 생산되었지만 과잉·오남용 또는 제대로 된 처리의 미흡으로 결국 인간에게 유해함으로 귀착되는 플라스틱의 현실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잘 묻어난다. 무엇보다 관련 기업에서 일하며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현장에서 7년간 발로 뛴 저자의 보기 드문 기록이다.
저자는 플라스틱 문제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거, 선별, 재생원료의 품질, 가격 경쟁력, 제품 설계, 정책 인프라까지 이어지는 구조의 실패를 차분하고도 집요하게 짚어낸다. 우리가 믿어온 높은 분리배출률 뒤에 어떤 한계가 숨어 있는지, 왜 ‘재활용된다’는 말과 ‘제대로 순환된다’는 말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는지, 해외 견학에서 얻은 자극을 토대로 현장에서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설득력이 매우 뛰어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시선이다. 저자는 플라스틱을 단순히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현대 산업과 일상에서 플라스틱이 지닌 편리와 효용을 인정하면서도, 그 편익을 누리는 사회라면 마땅히 그 후의 책임까지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플라스틱을 둘러싼 낡은 찬반 구도를 넘어, 어떻게 하면 ‘버리는 사회’에서 ‘순환시키는 사회’로 넘어갈 수 있는가를 묻는 더 본질적인 논의로 독자를 이끈다.
추상적인 구호 대신 구체적인 역할 분담을 제안하는 것 역시 이 책의 묘미다. 정부는 제대로 수거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고, 기업은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과 기술을 고민해야 하며, 시민은 소비를 넘어 변화를 요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순환경제는 결국 어느 한쪽의 선의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주체들이 함께 풀어야 하는 거대한 조별 과제에 가깝다. 이 비유는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을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설명한다.
이 책이 환경 분야 종사자나 정책 담당자가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가 되면 좋겠다. 분리배출을 하면서도 늘 찜찜함을 느끼는 시민, ESG와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기업인 그리고 지금의 소비와 생산 시스템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 묻는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재활용이 쓰레기 처리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답을 쉽게 말하지 않기에 더 신뢰가 가는 책이다. 낙관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냉소에 머물지 않는다.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자이기에 현실 가능한 희망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반복해 온 생활 방식과 산업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드물고도 소중한 기록이다. 재활용의 실패를 넘어 순환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묻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기꺼이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