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여자들』 에서 나오는 영화 속 여자들은 미워하기 쉬운 인물이다. 홍현진 작가의 말대로 그녀들은 어디가 뒤틀린 여자들이니까. 남편의 죽음이 슬프다는 이유로 회사의 모든 남자 직원들과 섹스를 하고, 어린 남자에 빠져 고객의 돈을 횡령하며, 성공을 위해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배신하는 미친 여자들. 한 대를 맞으면 두 대를 때려야 직성이 풀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 못해 나쁘게 보이기까지 하는 여자들. 결말은 또 어떠한가. 동화 속 착한 공주님들에게는 ‘Happy Ever After’가 있지만, 미친 여자 이야기의 끝은 딱히 근사하지도 않다. 이혼하고, 감옥에서 죽고, 정신과에 간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그녀들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들에게서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살아온 시대와 장소조차 다른 우리가 ‘여자’라는 공통점 하나 때문에 똑같이 겪어야 했던 일들을 보며 홍현진 작가는 옳고 그름의 잣대를 내려놓고 슬며시 그들의 곁에 선다. 자신의 서사를 그들의 이야기 옆에 나란히 두며, 우리에게 은근한 눈짓을 보낸다. 이것 보라고. 여기에 우리와 같은 사람이 있다고.
착한 여자아이가 선행에 대한 보답을 받는 이야기, 일과 육아를 슈퍼히어로처럼 해내는 여성의 이야기는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위험하다. 여자는, 특히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여자는 착하고 무결하며 능력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만들어내기 쉽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완벽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그저 우리와 같은, 뒤틀리고 미친 여자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영화 속 여자들 못지않게, 대담하리만큼 솔직한 작가의 이야기 역시 미친 여자의 서사 속에 포함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당신도 분명 당신의 뒤틀림에 대해 고백하고 싶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