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파리가 돌아왔다』 외 다수, 산문집으로 『유랑의 뼈를 수습하다』 외 다수가 있다. 지리산문학상, 서귀포문학상대상, 천안문학상, 대전일보문학상본상, 충남시인협회상본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아르코창작기금(2회), 충남문화관광재단창작지원금(5회)을 받았다. 우수도서선정(2회)이 있다. 현재 나사렛대학교평생교육원에 출강 중이다.
전해윤 시인은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고요히 견디다가 뭇 꽃들이 피는 봄을 다 보내고 늦여름 무렵에야 꽃을 피우는 은목서 같은 시인이다. 스스로를 “바람이 불어도/나부끼지 않는 깃발”이라고 부르지만 “죽어서도 끝내/위로받지 못할” 시인이 되어 “잃어버린 내 그림자라도 찾아” “이 생을 견뎌”보자고 뚜벅뚜벅 걷고 있다. 그는 또 가슴을 두드리며 상처를 헤집고 다닌다. 녹두꽃 여린 꽃잎을 오래 바라보거나 신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는 청맹과니들 앞에 통곡을 쏟는다. 자신의 시로는 용서를 청할 수 없는 참담한 세상을 “무릎 꿇고” “사방팔방에 사죄”하면서 “몹시 우울”한 “하느님”을 위로한다. 그의 시는 그렇게 사랑으로 회귀하는 지극하고 진솔한 고백의 비망록이다. 고요함이 지닌 커다란 울림을 시침 뚝 떼고 꺼내놓는 그는 삶을 의탁한 자신의 신 이외에 시라는 “또 하나의 우상”을 기꺼이 모시며 존재의 근원을 궁구한다. 전해윤 시의 지향점은 사람다운 사람이 사는 세상이고 과거를 소환하여 미래의 자리로 함께 나가는 어울림의 세상이다. 그의 시가 “원두막 앞 토방에서” 작은 촛불로 타오르는 날을 믿고 기다리는 아름다운 기대를 적어둔다.
그는 어떤 시인인가? 내가 아는 그는 ‘식물성 시인’이다. 시인의 품성과 그의 시가 같을 수는 없지만 대개의 경우 시인의 지향점을 짐작할 수는 있다. 그는 시 혹은 일상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나’가 아닌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인이다. 자신이 대상의 자리에서 보고 듣고 생각해보려는 시인이다. 그는 목소리가 크지 않고 낯선 것을 끌어들이지 않고, 그저 자신이 아는 만큼만 말하고 듣는다. 그의 시도 이러한 성품과 다르지 않아서 순한 들풀처럼 중심을 벗어난 자리에서 태어난다. 꽃이 핀 듯 아닌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다정에 왈칵 눈물이 솟는다. 그의 시는 먼 곳에서 불러온 것들이 아니다. 그와 그의 평생을 이루고 있는 것들, 작아서 더욱 소중한 것들이 그의 시적 주제이다.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이거나 잊을 수 없는 것들의 기록이 그의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