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빈지수 너머 기차가 지나는 산골 마을에서 글쓰기의 싹을 틔웠다. 어린 날 소 풀 뜯기던 언덕에 떠오르는 햇살과 빛나던 들꽃에 마음은 이미 시인이 되었다.
이후 열여섯의 공장과 야학, 열여덟의 노조와 사회, 쉰 살의 만학 등으로 문장의 줄기를 가꾸어오는 동안 펜 끝에 닿는 지점은 늘 노동의 시간과 사람들이다.
스물다섯의 첫 출간 《빼앗긴 일터》(1984)를 시작으로 여러 형태의 노동 현장 글을 써왔고 《빼앗긴 일터, 그 후》(2020), 소설 《파문》(2022) 그리고 2024년에는 글쓰기로 이어진 인연 덕에 호주국립대학교에 초대받아 새로운 사람들과 또 다른 자연을 만나고 배우는 행운을 얻기도 하며 ‘쓰는 사람’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
고요한 산책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제주의 돌담길을 지날 때마다 이고 지고 담을 쌓는 사람들, 스치는 바람에도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흰 바탕에 까만 글씨를 채워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