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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글
1 인연 초청 노동의 문장이 맺어준 인연 다정함이 버거운 사람들 2 캔버라의 노을 8515+280 하늘을 날아 ANU의 사람들 영어 소통? 소동? 호주 국회의사당에서 떠올리는 ‘치타 여사’들 ‘불일치’한 호주의 국경일에 방송 인터뷰 요청 한인 마트에서 걷는 길 우아한 달력 호주 노동자와 어린 아들 혼자만의 방 블랙마운틴 일본 교수의 ‘한국 노동사’ 발표 ‘오빠 생각’ 그리고 ‘고향의 봄’ 삼 개국 여자들의 여성 이야기 시드니 나들이 캔버라 다문화 축제 소소한 문단 인연 친절 대학 연구실의 내 이름표 자존감 날지 못하는 새 ‘에뮤’ 학생들과 마주한 시간 민주주의 박물관 외국인 교수의 집 안녕, 캔버라 3 다시, 고요한 문장의 시간으로 비 오는 인사동에서 나의 스승, ‘뒷것’ 김민기와 『공장의 불빛』 글 쓰는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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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들에도 글쓰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삐뚤빼뚤 쓴 산문이 교실 뒤편 게시판에 붙은 열 살 무렵부터 열여섯의 천막 교실에서, 불 꺼진 기숙사의 옥상 달빛 아래서나 일터에서 쫓겨난 거리에서 일기나 편지를 썼다. 덕분에 공장과 배움, 분노와 슬픔을 담은 글을 《빼앗긴 일터》라는 제목으로 스물다섯 살 성탄절 날에 출간할 수 있었다. ‘글 쓰는 노동자’로 문학의 언저리에 한 발짝 내디딘 순간이었다.
(중략) 생활이 속고 속여 슬퍼하고 노여워하는 사이 젊음은 흘렀으나 꿈은 시들지 않았다. 가져보지 못한 ‘여중생’ ‘여고생’의 여한을 끌어모아 도전한 학업은 쉰 살에 대학교 교정으로 이르게 해주었고 좀 더 새로운 문장을 꿈꾸게도 했다. --- pp.8-9 「시작하는 글」 중에서 호주의 장터에서 본 디저리두는 원주민들의 전통악기라는 정보가 없이 처음 보고 들었을 때도 깊은 동굴에서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서럽기도 한데 신비로우면서 힘이 있었다. 원주민의 후예로 보이는 사람이 불고 있어서 더 그랬을까, 그들의 역사를 응축한 느낌이었다. --- p.50 「8515+280 하늘을 날아」 중에서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거나 중도에 그쳤던 이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쓰고 부르는 ‘교실’은 태산 같은 의미였다. 그중 주연으로 출연한 세 사람은 그 세월을 지나 현재는 학사와 석사 학위까지 취득하여 못 배운 한을 풀었다고 했다. 배움은 재산보다 귀한 무게로 사람의 허기를 메우게 되고, 비로소 ‘못 배운’ 시절의 한을 꺼내놓을 힘을 얻게도 하는 것이었다. --- p.81 「호주 국회의사당에서 떠올리는 ‘치타 여사’들」 중에서 평화로워 보이는 호주 사회도 폭력으로 시작한 원죄는 상흔과 갈등으로 남아 ‘불일치한’ 가운데 원주민 예술의 가치가 부여되고, 원주민 화가의 그림전이 열리고, 연방 원주민장관 켄 와이엇의 망토가 민주주의 박물관에 상징적으로 전시되고도 있다. 먼 땅에서 온 나는 어설픈 지식으로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원주민들의 그림이 슬프고 망토가 서글프고 초라한 농성장이 자꾸 마음에 밟힌다. 하층계급의 문화를 구색처럼 배치하는 어떤 것들에 모멸감을 느낀 기억이 슬며시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빼앗긴 일터’의 나는 ‘빼앗은 역사’가 존재하는 땅의, 빼앗은 집단 후손으로부터 초청받아 뺏고 빼앗긴 이국의 역사를 ‘관람’하고 ‘견학’하고 있다. --- pp.90-91 「‘불일치’한 호주의 국경일에」 중에서 ANU 캠퍼스를 산책하며 천막 교실을 생각하니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수십 년을 수없이 부른 노래가 입안을 맴돈다. 예쁘게 빛나던 불빛 공장의 불빛 온데간데도 없고 희뿌연 작업등만 이대론 못 돌아가지 그리운 고향마을 춥고 지친 밤 여기는 또 다른 고향 --- pp.98-99 「방송 인터뷰 요청」 중에서 캔버라의 고요한 호수, 너무 고요하고 나른해서 마치 꿈결 같은 곳. 자락자락 마음이 잠긴다. 늘 물빛이 좋았다. 그리움이요, 슬픔처럼. 집 옆 도랑에서 졸졸 흐르던 골짜기의 물, 소 몰고 산에 올라 마시던 퐁퐁 솟는 샘물, 양동이로 길어 나르던 우물, 열다섯까지 온몸을 담그던 은어가 춤을 추고 고동이 발가락을 간질이며 흐르던 강……. 캔버라 대학교의 호숫가에 홀로 앉은 마음이 고향마을의 강과 샘터로 찰랑찰랑 흘러간다. --- p.117 「걷는 길」 중에서 이십 대 초반의 어느 날 학생운동 하는 친구의 집에서 하루 머문 적이 있었다. 늦은 밤 어쩌다 가게 된 그녀의 집은 혼자 쓰는 아담한 방에 좌식 탁자가 있었고 그 위에 국화꽃 몇 송이가 화병에 담겨 있었다. “엄마가 꽂아 놓으셨네.” 친구가 말했다. 혼자 쓰는 방에 꽃을 꽂아주는 엄마라! 그 장면이 내게는 마치 쓸쓸한 가을 풍경처럼 남았다. --- p.135 「혼자만의 방」 중에서 방향을 찾으니 여유롭다. 잃는 건 두려움이다. 사람을 잃고 집을 잃고 사랑을 잃고 기억을 잃는 일……. 살다 잠시 잠시 얻는 행복은 타는 불꽃처럼 덧없기도 하지만 소중한 걸 잃어버린 상실감은 오래 슬프고 두렵다는, 잠시 잃었다 찾은 길에서 생각한다. --- pp.145-146 「블랙마운틴」 중에서 그중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축제는 79년 가을 운동회다. 노조는 굳건했고 하늘은 푸르고 높았다. 공장 부서마다 재능꾼들이 꼭 몇은 있기 마련이어서 각양으로 꾸민 부서별 장기자랑이 배꼽을 쥐게 했다. 운동장 높이 세운 장대 끝에서 박이 터지고 다리 묶어 달리던 남녀 조합원이 흙바닥에 쌍으로 고꾸라지기도 했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시간, 탈춤반이 풍물 마당을 펼쳤다. 상쇠와 부쇠 징을 따라 장구와 소고가 따르고 문둥이 탈을 쓴 잡색이 너풀거리고 다녔다. 내가 바로 그 문둥이 잡색 역이었다. 온 운동장을 휘젓고 다니는 동안 여기저기서 부어주는 막걸리를 받아먹느라 탈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사이에도 원풍 노조의 탄탄한 조직력이 마냥 부러운 구로 영등포 지역의 이웃 노동자들 눈빛이 아련하기도 했다. 그 후 원풍 노조가 깨지고 거의 반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거르지 않고 매해 봄 야유회를 하고 가을엔 ‘원풍동지회 총회’를 하며 사십 년이 넘게 만나는 마음은 바로 그 ‘추억’의 힘이 아닐까. 슬픔이나 고통만이었다면 이어오지 못했을 추억의 기억. --- pp.182-183 「캔버라 다문화 축제」 중에서 숙소 앞 벤치에 앉아 별이 총총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우고, 공감과 존중으로 책을 대하는 사람들과 하루를 보낸 저녁, 별빛 사이로 떠오르는 먼 옛날 공장의 나와 벗들이 애틋해 별 하나에 기억과 별 하나에 그리움을 쏘아 올린다. --- p.233 「학생들과 마주한 시간」 중에서 수만 년 전부터 살아왔으나 문명으로 위장한 무력에 죽고 사라진 원주민들의 역사를 이제는 인권 문제의 표상처럼 전시해 놓았으니 아이러니한 느낌이다. 우리나라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때때로 노동자나 농민이 대상화되거나 들러리처럼 끼워지는 기분이 들었던 내 삐딱한 심리 탓인지도 모르겠다. --- p.238 「민주주의 박물관」 중에서 이번에 신정야학 선생님들의 인터뷰에서 김민기 선생님만 나타나면 경찰이 따라다니니 다른 선생님들이 “민기 형, 그만 오시라.” 했다는 내용을 들었다. 야학 수업 교재에 계급의식이 들어 있는 언어를 반대하셨다는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민기 선생님은 가장 비정치적인 언어를 사용해 삶의 노래를 만들었으나 시대는 가장 정치적으로 해석하거나 불온시했다. ‘자유의 바람’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폭정의 광풍으로 고단했던 시대였다. 아, 그리고…… 다큐가 방영된 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7월의 더운 날, 선생님은 영원히 떠나셨다. 아기와 눈을 맞추고 있는 부처 같은 미소를 각인처럼 남기고. --- pp.267-268 「나의 스승, ‘뒷것’ 김민기와 ‘공장의 불빛’」 중에서 시원한 새벽에 맨발로 닿는 검멀레해변의 걸음이, 매일 만나는 귀하고 새로운 문장들이, 고요할 수 있는 평화로운 일상이 더욱 귀중해진 이 계절에 오고 간 인연과 그리움을 담아 천천히 자판을 두드린다. ‘글을 쓰는 게 가장 큰 힘’을 기억하며, 한 글자, 한 글자에 나를 닮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 pp.278-279 「글 쓰는 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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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일터》 작가 장남수의 노을빛 산책 에세이
공장의 불빛에서 빼앗긴 일터의 경험, 되찾은 공부에서 노동의 문장까지……. 호주국립대학교(ANU) 초청으로 8주간의 호주 체험에서 길어 올린 원풍모방 노동자 출신 작가의 노을빛 산책 에세이. 제주의 검멀레해변과 호주 벌리그리핀 호수, 과거와 현재를 파노라마처럼 넘나들며 한 노동자가 배움의 열정으로 야학에서 검정고시, 성공회대를 거쳐 만학의 꽃을 피운 이야기가 흑백의 사진 이미지와 더불어 잔잔한 울림과 공명으로 전한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로서 여성 노동자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신산하다. 나만의 방에서 내 안의 이야기를 쓰고픈 저자의 굳은 심지는 오늘도 자판에 한 자 한 자 입력된다. 글쓰기의 힘을 믿기에. 낯선 땅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여공문학》을 통해 한국 여성 노동자 문학을 분석한 호주의 루스 배러클러프 교수와 인천대학교 국문학과 노지승 교수의 추천으로 호주국립대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초청된 작가. 디저리두, 코카투, 캥거루, 박제된 원주민, 벌리그리핀 호수, 노을 산책……. 작가는 호주의 역사, 자연,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열여섯 신정야학, 공장의 불빛, 빼앗긴 일터, 되찾은 공부, 노동의 문장까지 차오르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내가 호주의 대학교에 초청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명확했다. 노동! 문학! 노동의 시간이 문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_ 「노동의 문장이 맺어준 인연」 중에서 (32쪽) 그늘, 그림자, 뒤에 있는, 그래서 없는 것 같으나 “평화로워 보이는 호주 사회도 폭력으로 시작한 원죄는 상흔과 갈등으로 남아 ‘불일치한’ 가운데 원주민 예술의 가치가 부여되고, (중략) 하층계급의 문화를 구색처럼 배치하는 어떤 것들에 모멸감을 느낀 기억이 슬며시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빼앗긴 일터’의 나는 ‘빼앗은 역사’가 존재하는 땅의, 빼앗은 집단 후손으로부터 초청받아 뺏고 빼앗긴 이국의 역사를 ‘관람’하고 ‘견학’하고 있다.” _「'불일치’한 호주의 국경일에」 중에서 (90~91쪽) 소년공 대통령과 철도 기관사 노동부 장관. 달라진 시대를 상징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수많은 노동의 숭고함과 각고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원풍모방 출신 작가의 위대한 성취도 주목할 지점이다. 10대 여공의 설움, 배움에 대한 끝없는 열망, 빼앗긴 일터에서 만학의 공부, 긴 노동의 시간을 돌아보는 눈에는 한 노동자가 걸어온 성숙의 시간이 담겼다. 그 속에는 그늘, 그림자, 뒤에 있는, 그래서 없는 것 같으나 사실은 사회를 받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깔려 있다. 작가는 문장으로 증언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화가 쉽게 무너지고 무시되는 사회지만 연약한 풀포기들이 바람을 이기고 땅을 살리는 선한 연대를 통해, 삶은 존엄하고 가치 있음을…….” 빼앗긴 노동이 되찾은 문장이 되기까지 한 여성 노동자의 서사가 갖는 깊은 울림 속으로 들어가 보자. 캔버라의 노을에 담아낸 노동 그리고 배움과 쓰기 ‘여공’이나 ‘공순이’로 불리던 1970~80년대 여성 노동자들. 그 많던 여성 노동자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희미해지는 지난 추억 속의 그 길을 이젠 다시 걸어볼 수 없다 하여도 이내 가슴에 지워버릴 수 없는 그때 그 모든 기억들~” [추억 속의 그대] 노래 가사처럼 잊혀간 여성 노동자들의 뜨거웠던 삶은 그때나 지금에나 계속된다. “호주의 노동자들과 근무 환경을 보며, 공사 단축을 재촉하는 압박도 연장근무도 없는 여유로운 노동, 몸 쓰는 노동자의 임금이 높아 결혼 배우자 앞 순위를 차지한다는 노동, 나는 그게 부러워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_ 「호주 노동자와 어린 아들」 중에서 (131쪽) 과거와 현재, 여성 노동자의 만남을 통해 우린 어디에나 있었지만 지워진 존재처럼 여겨지던 여성 노동자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한 여성 노동자의 한 땀 한 땀 글쓰기를 따라가다 보면 거기에는 과거를 팔아 현재를 사는 사람들, 남들 위에 군림하고 보상받으려는 군상에게 던지는 삶의 질타가 있다. 고단하고 지난했던 여성 노동자의 삶을 솔직히 드러내며 삶의 자양분으로 삼는 사람. 하루하루 쓰는 사람으로 살고픈 한결같은 마음과 마주할 수 있다. 쓰는 사람, 돌아보고 성장하는 과정 작가는 어떤 환경에서도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에 두고, 오늘도 ‘쓰는 사람’이고자 한다. 작가에게 매일의 글쓰기는 단지 작품 창작만이 아니라, 일상을 돌아보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작가는 희망한다. “글을 통한 진심이 사람들에게 닿기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연대의 손들과 이어지기를.” “혀끝에 남은 추억을 따라 가족과 고향, 사람을 살린 수많은 수고로움을 생각하니 새록새록 고마움도 차오른다. 칠십 년 또는 팔십 년, 평생을 부엌에서 음식을 만든 엄마들, 그래서 살 수 있었고 살아갈 사람들. 천하에 내 잘난 듯 사는 사람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는데 대개는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노동을.”_ 「한인 마트에서」 중에서 (101~102쪽) 제도교육에서 소외되었던 작가가 외국의 대학교에서 경험한 성찰은 독자로 하여금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이해와 연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또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기 삶을 기록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전달한다. 이 세계 절반의 사람 ‘여성 노동자’ 가난한 시골 마을, 단칸방 더부살이, 공장의 기계 앞에서 보낸 어린 시절, 공장의 단체 기숙사, 감방의 칼잠, 계엄사의 연행과 강제 해고 등등. 꾹꾹 눌러 켜켜이 쌓인 설움과 열망은 여성이라서, 공순이라서 견뎌야 할 천형으로 각인되었다. 만학의 배움과 쓰기의 세월 따라 단단해진 저자의 글 속에는 사물과 현상을 보는 노동의 시각과 따뜻한 감성이 녹아 있다. 그리고 고단한 과거를 녹인 돌봄의 현재가 있다. 오래도록 채워지지 않았고, 편안하지 못했던 자유롭고 온전한 내 방에 대한 욕구는 책상 하나에도 황감함이 찾아온다. “지금 비행기를 열한 시간이나 타고 온 먼 나라 호주의 국립대학교 안 아늑한 방 안에 앉아 있다. 넓은 침대, 하얀 침구, 붙박이 옷장, 조리도구를 갖춘 주방, 거실에 책상이 있고 차탁이 놓인 발코니 옆에 키 큰 나무가 푸른 잎을 흔드는, 새들이 새벽 인사를 하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하고 안전한 방. 마실 가듯 숙소 왼쪽으로 걸어가면 그림 같은 호수가 있고, 오른쪽 길로 가면 잘 가꾸어진 캠퍼스가 있다. 나는 물 한 병과 운동화만 신고 나서면 된다. 두 달의 호주 여행은 이것만으로도 축복이다.”_「혼자만의 방」 중에서 (138~139쪽) 노동의 문장이 맺어준 인연 그리고 우정 《여공문학》의 루스 배러클러프, 노지승 교수 《노동의 시간이 문장이 되었기에》를 집어 드는 순간, 호주로 떠나는 잊지 못할 여행이 시작됩니다. 호주의 여름, 캔버라의 대학교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초청받은 멋진 노동문학 작가 장남수는 이 따뜻하고도 뭉클한 책을 남겼습니다. 섬세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마음을 찡하게 울리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호주 대학생들이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던 것처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나이 들어 떠나는 여행, 희생과 인정, 한국과 호주, 그리고 여행이라는 긴 여정에 대하여. 이 책을 여행길의 동반자로 삼아보세요. 장남수 작가가 여러분의 ‘길 위의 벗’이 되어줄 것입니다. (*추신: 장 작가님, 저는 이 책을 정말 사랑합니다. 그 마음이 이 추천사 속에 잘 담겨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독자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여행 중에도 일상 속에서도 마음을 열고 오래 남을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바로 작가님의 독자입니다.) _루스 배러클러프(전 호주국립대학교 교수, 현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교수) 우리는 장남수의 《빼앗긴 일터》를 기억하고 있다. 빼어난 노동문학인 이 책은 한국문학사와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자산이다. 《빼앗긴 일터》의 장남수만을 생각하면 캔버라의(《노동의 시간이 문장이 되었기에》) 장남수가 낯설어지리라.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장남수의 삶이요 문학이다. 장남수의 삶과 문학은 계속 진행 중이며 그 진행의 여정은 우리를 여전히 설레게 한다. _노지승(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나의 스승, ‘뒷것’ 김민기와 〈공장의 불빛〉 신정야학 1기 졸업생인 장남수 작가. 체벌이나 비난의 언어가 없는 교실, 서로의 온기로 따스하던 천막 교실 그곳에서 저자는 ‘뒷것’ 김민기와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났다. 호주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뒤, 신정야학 그리고 김민기와의 인연을 SBS스페셜 방송〈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에 출연하여 담아낸 이야기를 책 속에 녹여냈다. 방송에 띄워진 신정동 풍경과 야학 친구들 사진, 선생님들의 회고를 보면서 74년도의 천막 교실이 그립기도 하다. 그리고 새삼 깨닫는다. 어쩌면 그 시절 나의 야학 친구들은 가난해서 힘겹고 슬프긴 했지만, 그 나이 때의 다른 아이들이 경험할 수 없는 아늑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 것임을. 김민기 선생님을 비롯하여 쟁쟁한 실력을 갖춘 선생님들이 포진해서 최고의 교육을 했으며 학생들에게 이보다 더 친절하고 따뜻할 수는 없었을 것임을. _「나의 스승, ‘뒷것’ 김민기와 ‘공장의 불빛’」 중에서 (26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