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김경희의 인물들 속에서 엿보았던 고독한 인간 내면을 응시하게 한 점, 그리고 짙은 허무의식을 드러냈던 이유가 이번 소설에서 밝혀진 셈이다. 그들은 참된 ‘나’를 찾으려는 존재론에 대한 이끌림으로 소통부재의 세상과 불화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녀가 아버지를 만나 자신의 리비도를 확장하며 어머니와 화해하는 장면이 감정적 울림을 주는 것은, 한 인간이 자기완성을 위해 얼마나 가혹한 시간을 건너는지 그 존재론의 경이로운 소명의식과 연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