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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주문
무엇을 찾아가는 것일까 9 빗나간 예측 24 나는 누구인가 50 그가 내려온 까닭은 99 2. 천왕문 그 짧은 사랑 109 분열을 확인했을 뿐 124 가족의 그물망 142 무소의 뿔처럼, 홀로 164 3. 불이문 성과 속 181 미처 알지 못한 것 199 파꽃 피는 시간 215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다 223 해설 켄타우로스, 드디어 날다_김영삼 230 작가의 말 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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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경희의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에 꽃이 피네』(문학들 刊)가 출간됐다. 소설의 주인공 지숙의 가슴속에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보호 받지 못했다는 커다란 외로움과 지독한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지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가장이 된 어머니 박 씨는 자신의 앞에 닥친 삶과 고군분투하느라 어린 지숙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숙이 가진 고독과 아픔은 불안정한 가족 구성에서 오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중략) 보름달이 드러나자 작은 소녀라는 것을 안 경비병 세 명이 다가왔다. 방공호를 파고 그 안에서 해안을 지키던 해경들이었다. 국시가 반공이었으니 수상한 사람 있으면 꺼진 불 다시 보듯 살피고 살펴서 신고하라는 구호를 외치던 시대였다. …(중략) 쫑알쫑알 앙탈을 부리니 더 귀여운데? 어디 더 해 봐라. 발악하는 소녀가 오히려 그들을 흥분시켰던가. 경비병 하나가 소녀의 가슴을 거머쥐고 흔들다 패댕이쳤다. 총잡이는 쓰러진 소녀가 일어설 틈을 주지 않고 총대 끝으로 배꼽 밑을 짓눌렀다. 심심하던 참에 쫌만 놀리다 놔주려 했는데 주먹만 한 것이 더 자극하네? - 170~171쪽 부분 소녀는 달빛 아래 환한 길을 걸으며 비로소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아이 혼자 길을 떠나보낸 엄마에 대한 원망과 세상은 소녀가 혼자 대적할 것이 못 되는 두려운 곳이라는 공포가 일어 진저리를 쳤다. 내게 아빠가 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그러자 기억도 하지 못하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더 서럽게 울다가 소녀는 문득 결심한다. 나는 이제 혼자 살아야 해. 내 생은 내가 끌어가야 해. 엄마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잖아. - 172쪽 부분 “유소년기의 체험에서 비롯된 불안과 공포는 극복되지 못하면 억압된 채 일생을 통해 삶 전체를 지배한다.”(채희윤 소설가)는 말처럼 지숙은 여리고 외로운 유아기적 결핍의 상처를 가진 채로 어머니와의 관계를 스스로 단절하고 독립을 선언한다. 일찍이 혼자만의 외로운 성을 두텁게 쌓은 그녀에게 하나의 사건이 신열처럼 다가온다. 오랫동안 끙끙 감싸고 있었던 근종을 제거하기 위해 자궁 적출 수술을 받는다. 그때부터 지숙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과 고통에 시달린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고, “뭐가 문제인지 보이지 않으니 더 미칠” 것 같은 나날이 이어진다. 어떤 것도 위안이 되거나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시간들이 흐르던 와중 지숙은 불이사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만난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보살님은 지금 생의 어떤 과정에서 통과의례를 거치고 있을 겁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잠을 자지 못했을 때 몸이 원하는 대로 그대로 두었다면 어땠을까요? 인생에서 또 하나의 문을 통과하여 새로운 생을 맞았을지도 모르죠.” - 64쪽 부분 그 과정의 시작에 지숙의 어머니, 박 씨의 생이 놓여 있다. 끊임없이 풍파를 자신에게 쏟아내는 세상과 마주하느라 미처 뒤를 돌아보지 못했던 어머니. “드넓은 바다에서 일렁이는 파도 위에 떠 있는 작은 조롱박”처럼 지숙을 내버려두었던 어머니. 자신과 마찬가지로 축구공만 한 근종을 들어냈던 어머니. 지숙은 자신의 삶과 겹쳐진 어머니의 삶을 돌이켜 보면서 뒤늦게 “당신 생의 일주문을 하나 더 지나”가게 된다. ‘일주문’을 통과하여 속(俗)의 영역에서 성(聖)의 영역으로 들어가 자신의 고통과 직면하는 일, 그토록 가혹했던 어린 시절 통과의례의 가시밭길을 역행하여 마주해야만 하는 치유의 길, 이 모든 것이 공감과 용서, 곧 불이문 너머의 해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녀가 아버지를 만나 자신의 리비도를 확장하며 어머니와 화해하는 장면”이 우리에게 깊은 “감정적 울림을 주는 것은, 한 인간이 자기 완성을 위해 얼마나 가혹한 시간을 건너는지 그 존재론의 경이로운 소명의식과 연결되기 때문이다.”(유금호 소설가)는 말처럼 “지독한 모순과 숙명의 시간을 건너 자기 찾기의 순간”을 만나는 치유의 서사는 우리에게 “가고자 하는 길, 환(幻) 속의 진실”을 들여다보게 한다. 김경희 소설가는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다. 2000년 [광남일보]와 200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광주문학상’, ‘국제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어둠 짙을수록 더욱 빛나지』 외 4권의 수필집을 냈고, 소설집 『새들 날아오르다』, 『켄타우로스, 날다』를 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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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김경희의 인물들 속에서 엿보았던 고독한 인간 내면을 응시하게 한 점, 그리고 짙은 허무의식을 드러냈던 이유가 이번 소설에서 밝혀진 셈이다. 그들은 참된 ‘나’를 찾으려는 존재론에 대한 이끌림으로 소통부재의 세상과 불화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녀가 아버지를 만나 자신의 리비도를 확장하며 어머니와 화해하는 장면이 감정적 울림을 주는 것은, 한 인간이 자기완성을 위해 얼마나 가혹한 시간을 건너는지 그 존재론의 경이로운 소명의식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 유금호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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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예술가의 ‘경험’의 변형이다. 유소년기의 체험에서 비롯된 불안과 공포는 극복되지 못하면 억압된 채 일생을 통해 작가의 삶 전체를 지배한다. 이 소설은 프로이트와 리쾨르를 정교하게 자기화하여 지난 억압에 대한 통렬한 “자아파괴”를 하고 있으면서도, 불가적 세계나 오늘의 삶을 보여주는 소설적 미학을 유지하고 있다. 치유를 위한 자기 서사라는 빙산 밑에서도 작가가 지닌 영혼의 내적 본질인 ‘진실 안에 살기, 진실한 삶에 대한 사랑’이 치열하고도 맑아 더욱 그러하다. - 채희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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