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시은 시인의 추천사: 미래와 맞서 싸우기
시인은 미래에 가 있는다. 미래에 가 있는다는 것은 미래를 제압했다는 뜻이다. 곧 뒤따라올 너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네가 읽게 될 다음 문장을 이미 써놓았다는 뜻이다. 시인이 먼저 가 있는 미래를 좇는 방법은 부지런히 다음 문장을 읽는 것뿐이다. 이미 지어진 시를 근소한 미래로 본다면. 눈 깜짝할 사이는 될까 말까 한, 현재와 별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 그러나 확실하게 잠시 동안 앞서 있는 미래로 본다면. 시인은 지금 당장 너를 맞이할 모든 준비를 끝냈다.
시인은 시로서 생활을 견딜 수 있는 온갖 방법을 총동원한다. 온몸으로 미리 맞서야 하는 일들에게 “새것처럼 화”를 낸다. “우리 기쁜 척할 수 없고 그만둘 수 없”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이 말들은 선언인가? 위로인가? 다짐인가? 명령인가? 노래인가? 주문인가? 알 수 없이 아름답게 비틀린 한 치 앞의 미래가 너를 이끌고 간다. 생활 안에서 생활을 초월한 파티로 데리고 간다. 생활을 짓이겨 재조합하여 견딜 수 있게 한다. “모든 걸 느껴”버리는 방식으로 살아 있게 한다.
너는 시인이 안내하는 미래를 기다려 왔다. 미래와 맞서 싸울 수 있는 방법을 홀로 고안해 왔다. 누군가가 너를 다 안다고 말해주기를 간측하게 바라왔다. 너는 살아 있고 싶었다. 시인은 살아 돌아오는 이야기를 믿는다. 다음이 있다는 걸 믿지 않고도 미리 다음에 가 있으면서 그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너는 반드시 살아 돌아온다. 이제 상상한 모든 일이 가능하다. 괴로움 속에서는 괴롭다고 말하기. 작별 인사를 통해 완전히 작별하기. 시인은 시로서 흥얼거린다. 흥얼거림으로서 미래에 대항한다. 미래의 “기운이 움직이는 것 같”다. 여기에서 저기로. 나에게서 너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