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에스노그래피는 한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를 통과하며 흔적과 잔여물을 남기는 모든 것의 이야기다. 이리나 그리고레라는 인간의 몸에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공화국 시대 루마니아의 엄혹한 역사가 결코 떨쳐낼 수 없이 각인되어 있다. 중부 유럽의 꽃향기, 할머니의 빵 굽는 기술, 미생물, 체르노빌에서 날아온 방사능물질, 타인의 체액, 영화 이미지, 일본어, 아오모리현의 산나물처럼 사랑해서 기꺼이 받아들인 것과 부지불식간에 영향받은 것들도. 단지 인간만은 아닌 것들이 생동하며 인간의 몸을 매개 삼아 이야기를 만든다. 인류학자는 그것을 받아쓸 뿐이며, 『상냥한 지옥』은 그 수행의 겸허한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