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밥상 같은, 무위에 이르는 길
일부러 찾지 않으면 발길조차 닿기 힘든, 용인의 한 숲속에 ‘생각을담는집’이라는 책방이 있습니다. 책방의 너른 마당에는 온갖 종류의 꽃과 채소가 자랍니다. 그는 그곳에서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씨를 뿌리고, 그 씨가 싹 틔운 것들을 돌보며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루도 같지 않은 날을 보냅니다. 오래 길들여졌던 도시의 편리함과 역동성을 자진반납하고, 마침내 당도한 그곳에는 고요가 있습니다. 너무 고요해서 외로워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는 기꺼이 그 적요를 반깁니다. 적요 속에서 유난히 뚜렷한 생명의 소리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책과 식물 속에 둘러싸여 그것의 일부인 양 조용히 앉아 글을 쓰다가, 간혹 손님이 문을 밀고 들어오면 차를 만듭니다. 손님과 책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생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손님이 돌아가면 마당에 엎드려 잡초를 뽑습니다. 출출해지면 텃밭에서 순한 채소를 따서 밥상을 차립니다. 자극적인 양념 없이 원재료의 맛을 살린 소박한 밥상입니다. 그 밥상은 화려한 수식을 거부하는 그의 글을 닮았습니다. 어쩌면 그의 글이 밥상을 닮았는지도 모릅니다.
그가 세상의 현란한 자극을 떠나 무위에 이르는 길은 이토록 치열한 사색과, 쓰고 읽는 즐거움과, 자연이 안겨주는 평온으로 가득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