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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from The Four Seasons Op.8 No.1
김서령, 소설 「내 봄 어디 갔어」 권선희, 시 「강-20250418」 여국현, 시 「씬SceneⅠ-봄, 노래」 황종권, 시 「수어水語」 해설 ‘Summer’ from The Four Seasons Op.8 No.2 김도일, 소설 「나에게 피는 꽃」 권선희, 시 「강-20250720」 여국현, 시 「씬SceneⅡ-여름, 춤」 황종권, 시 「수중극장」 해설 ‘Autumn’ from The Four Seasons Op.8 No.3 반수연, 소설 「땅의 끝」 권선희, 시 「강-20251024」 여국현, 시 「씬SceneⅢ-가을, 추억」 황종권, 시 「물속의 산책자」 해설 ‘Winter’ from The Four Seasons Op.8 No.4 배길남, 소설 「겨울에 헤어졌지만」 권선희, 시 「강-20251232」 여국현, 시 「씬SceneⅣ-겨울, 기도」 황종권, 시 「물을 그리워 한 죄」 해설 Profi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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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그들에게 집을 주긴 했지만, 명의까지 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아직 준호에게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우리 아버지는 죽기 전엔 자식들에게 신발 한 짝도 물려줄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굳이 말할 필요 없겠지. 차가운 커피를 다시 한번 쪽 빨자 준호가 귀여워 못 견디겠다는 듯 내 얼굴을 손가락 끝으로 매만졌다. 그래, 나는 지금 연애 중이다.
--- p.16 꽃을 놓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 물살처럼 허망한 것들, 노을로 기다릴 강 끝 역에 닿으면 절망조차 저버릴 것들이 그래도 강변 따라 봄을 산다 물가에서 죽겠다는 봄빛 유서를 쓴다 --- p.35 “그게 아니면 뭐? 이게 이제 말대꾸까지 하네. 모두 오냐오냐 하니까 네가 귀한 집 도련님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첩년 새끼 주제에.”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어버린 후 아차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순철의 흔들리는 눈동자 아래에 금세 물이 고여 속눈썹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 p.70 달뜬 밤의 거친 숨소리가 먼 하늘의 별들을 깨우고/달빛은 바람을 가르며 일렁이는 강물과 몸을 섞으며/대지의 심장 깊은 곳까지 장밋빛으로 물들어 갈 때 --- p.79 사방이 막힌 콘크리트 방이었다. 소리가 통과하지 않는 방이었다. 그 방에서 스물셋의 나는 무엇도 말하지 않기 위해 혀를 깨물었다. 아무것도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닫았다. 그러는 사이 두개골이 부서졌고 안면 근육이 매몰되었다. 갈비뼈 여섯 개가 금이 갔다. 버티지 말아야 했을까. --- p.99 젖은 채로,/젖어도 되는 사람인 양//제 발을 물속에 말리는 사람을 보고 있었지요 --- p.121 이후에도 1년이 넘도록 이별의 과정은 계속 진행되었었다. 어쩌다 들이닥치는 격정을 참지 못하고 연락을 취할 때가 있었고, 그런 소모의 감정들이 쌓여가면 K의 답이 드문드문 오는 식이었다. 그마저 남아있던 관계도 파괴되어 그녀의 전화번호가 바뀌기도 했고, 신기하게도 그 전화번호마저 내가 알아낼 때도 있었다. K에게서 혐오와 분노의 표현이 날아오는가 하면, 슬픔과 우울의 토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둘이 잠시 만난 적도 있었고, 관계 회복이 될 듯하다. 청춘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몸과 마음을 망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우리의 이별은 차츰차츰 완성되어갔다. --- p.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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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가 남겨놓은 이야기를 찾아보겠다는 것에서 시작된
‘득수 읽다 시리즈’의 세 번째 책, 『비발디를 읽다』 『쇼팽을 읽다』, 『베토벤을 읽다』에 이어 다시 소설가와 시인에게 음악을 건넸다. 이번에는 네 개의 곡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된 비발디의 〈사계〉다. 소설가 네 명은 각자의 계절을 맡았고, 시인 세 명은 사계절을 건너며 시를 썼다. 그리고 우리는 원고를 기다렸다. 잘 알려진 ‘사계’를, 작가들은 어떻게 읽어낼까. 익숙한 음악이기에 더 궁금했다. 편집부 역시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언제나, 원고가 도착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번 책에서 ‘봄’은 더 이상 시작의 계절이 아니다. 김서령의 소설 「내 봄 어디 갔어」에서 봄은 기대와 설렘이 아니라, 관계와 조건이 얽히며 무너지는 순간에 가깝다. “니네 집…… 진짜 깬다.” 가볍게 던져진 이 문장은 한 인물의 세계를 통째로 흔들어 놓는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질서와 관계가 얼마나 쉽게 균열을 드러내는지, 봄의 소설에서 정확하게 보여준다. 반면 겨울은 끝이 아니라, 버티는 시간으로 남는다. 권선희의 시 「강」에서는 “강이 몸을 푸는 봄까지 살아볼 작정”이라며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도 어딘가를 향해 계속 흐르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다음 계절을 예감하게 한다. 멈춰 있는 계절 속에서도 여전히 이어지는 생의 감각을 겨울의 시를 통해 붙든다. 이처럼 『비발디를 읽다』 속 사계는 우리가 알고 있던 계절과 닮아 있으면서도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하나의 음악은 여기서 여러 개의 시간으로 갈라진다. 어떤 계절은 관계 속에서 무너지고, 어떤 계절은 끝내 버티며, 어떤 계절은 다음을 예감한 채 멈춰 선다. 『비발디를 읽다』는 음악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던 음악을, 다시 낯설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그 낯섦은 읽는 순간보다 읽고 난 뒤 더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