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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Poet’s Words
제1부 Part I 이 세상을 사랑하는 법 How to Love This World 아, 아 Ah, Ah 봄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 What Did Happen to Spring? 능소화야 능소화야 Oh, Trumpet Creeper, Trumpet Creeper! 지렁이 Earthworm 매미 Cicada 푸른 뿌리 - 양파 Blue Roots - Onion 나는 다시 I, Once Again 움 Sprout 무제 Untitled 썩는 것에 대하여 About Rotting 고사목 1 Dead Tree - 1 고사목 2 Dead Tree - 2 제2부 Part Ⅱ 고사목 3 Dead Tree - 3 고사목 4 Dead Tree - 4 손맛 The Feeling of His Hand 손 Hands 이름 하나 외우며 As I Remember a Name 온몸이 귀가 되어 Becoming All Ears 동치미 Dongchimi 추억도 문을 닫았다 Memories Have Closed Their Doors 작은어머니 Little Mother 어떤 평화주의 A Certain Pacifism 실종 Disappearance 小雪날 눈을 맞으며 Catching Snowflakes on the Day of Minor Snow 어떤 추억 A Certain Memory 제3부 Part Ⅲ 돌 Stone 단단한 꽃 Solid Flower 즐거운 장례 A Joyous Funeral 꿈꾸는 자세 The Posture of Dreaming 피의 가계 1973 The Blood Lineage, 1973 기울어지는 뼈 The Tilting Bones 검은 잉크 Black Ink 너에게 가는 길 - 선인장 The Way to You - Cactus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성 폴 요양소 앞에서 In Front of the Saint Paul Asylum 오베르의 교회 먼지 희뿌연 방명록에 In the Dusty, Faint Guestbook of the Church in Auvers 카리카손의 밤에 쓴 엽서 Postcard Written on a Night in Carcassonne 아무르 강가에서 By the Amur River 제4부 PART 4 알혼 섬에서 쓴 엽서 Postcard Written from Olkhon Island 경사지에서 온 편지 Letter from a Slope 루마니아의 여름 The Summer in Romania 코카서스의 밤 The Night in the Caucasus 백지의 계절에 In the Season of Blank Paper 숲 길 Forest Path 소나무 Pine Tree 상강 Sanggang 조지아에서 아르메니아로 넘어가는 국경지대 In The Border Area from Georgia to Armenia 해설 : 내생(來生)의 기록을 향해 - 박소원의 시 : 박덕규 A review : For the Record of Next Life - the poems by Park So Won : Park Duk Ky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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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세 사람의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뇌졸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와 태어나서 삼 개월을 살았다는 언니와 마흔에 목매달아 죽은 내 친구, 내 목소리 속 또 다른 목소리들 섞여 나온다 새 발자국 위에 토끼 발자국 토끼 발자국 위에 노루 발자국 노루 발자국 위에 코끼리 발자국처럼 작은 목소리 위에 큰 목소리들이 먼지처럼 덧쌓여간다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휘파람을 불거나 주방에서 오리 훈제구이를 굽고 있거나 나에게는 당신의 질병이 유전되고 있다 목소리들, 저승을 이승처럼 이승을 저승처럼 쉴 새 없이 비벼댄다 두고 간 남은 생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여행지의 마지막 밤까지 따라붙는 거니? 룸메이트는 밤중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기분 나쁘다며 창문을 건다 걸쇠를 채운다 이국의 밤은 생수로 칼칼한 목구멍을 헹구고 창밖은 건기의 계절이 슬쩍 우기로 바뀌었다 아, 아 참혹한 전쟁에 패한 병사처럼 거칠고 지친 목소리 아, 아 --- 「아, 아」중에서 From my mouth, for some time now, voices of three people spring forth. My mother, who passed away from a stroke, my sister, who lived for only three months after birth, and my friend who hung himself at forty, their voices mix with mine and emerge from within. Like elephant footprints on top of deer footprints on top of rabbit footprints on fresh snow, large voices pile up on the small ones like layers of dust. I, Sitting by the window on a rainy day whistling, or cooking duck confit in the kitchen, your diseases are being passed down to me. Voices, tirelessly blending the hereafter with the here and now, the here and now with the hereafter, how much must they have missed the life they left behind to cling to me until the last night of a journey? My roommate closes the window in the middle of the night, finding the sound of a cat's cry unsettling, and locks it. The night in a foreign land washes my spicy throat with bottled water, and outside, the dry season slyly turns into the rainy season. Ah, ah, like a soldier defeated in a terrible war, a rough and tired voice, ah, ah. --- 「Ah, Ah」중에서 햇살 눈부신 대낮에도 부음이 온다 새는 휘파람 같은 울음으로 날아갔다 칼날을 기억하는 손목이 주머니 속에서 아프다 그렇게 아름다운 말은 나에게 씨부렁거리지 마 그 무렵 한참 좋을 나이에 우리는 추위 속에서 어둠으로 갈라졌다 끊임없이 새 울음소리로 진동하는 시간, 나는 한쪽 가슴만 내어주고 살기로 했다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을 때에도 가슴은 오른쪽보다 왼쪽이 문득 높다 헌 자동차는 중고매매 시장에서 줄 서서 낡아간다 친구의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온 소년이 커다란 가방을 내려놓는다 면도날로 밀어낸 종아리의 털처럼 쓸데없는 기억들은 대낮에도 검게 자라난다 그러나 기억은 짝가슴 속에서도 균형을 잃어간다 도시에서 도시로 건너가는 버스 안에서 문득 눈물이 터졌다 왼쪽 가슴으로만 스며들던 새들의 휘파람소리가 차 안에 가득하다 승객들은 조금씩 졸기 시작한다 한쪽 눈만 뜨고 다리 위를 지나간다 강 위를 선회하는 새들, 꽁무니를 쫓아간다 자주 한을 날리는 눈빛들, 짙푸른 물 위에서 솜사탕처럼 달게 녹아간다 --- 「봄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중에서 Even in the bright sunlight of daytime, an obituary comes The Bird flew away with a whistle-like cry My wrist remembering the blade aches in my pocket. Don’t say such a beautiful word to me. During those high times, we split into darkness in the cold In a time vibrating incessantly with the birds’ crying, I decided to live giving half of my heart Even when I’m lying flat on the ground, my left chest is suddenly higher than my right one. Used cars are getting old lining in the second-hand market A boy who coming on a borrowed motorcycle of his friend's puts down a large bag Unnecessary memories, like leg hairs shaved with a razor blade, grow black even in broad daylight. But memories lose their balance even within an uneven chest. Tears burst out suddenly on a bus moving from city to city The sound of birds' whistles, permeating only into my left chest, fills the bus. Passengers start to doze off little by little. I am crossing a bridge with one eye open, following the birds circling above the river Eyes often casting ‘Han’*, melting sweetly like cotton candy on the blue-black water. --- 「What Did Happen to Spring?」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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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세계
박소원의 많은 시는 ‘쓰기’라는 행위를 ‘기표’를 내세워 그것을 통해 그 ‘쓰기’의 목적인 ‘전할 소식으로서의 기의’를 부각하는 과정을 내재하고 있다. (……) 박소원은 쓴다, 그리고 그로부터 ‘왜 쓰는가’로 자문하는 자아로써 시를 구축해 간다. 박소원의 시는 ‘쓰는 자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 박소원의 시에서 주체는 자주 “등을 떠밀면서 서로를 박박 지워내는 백지의 계절(「백지의 계절에」)” 속을 떠돈다. “말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말들”은 터져나오지 않고 대신 ‘마른기침’만 터지고 있다(「루마니아의 여름」). 주체를 찾는 매개물만 뚜렷한 모양새로 자꾸 늘어나고, 이 늘어나는 것들이 흐릿하게 떠 있는 주체 주위를 떠돌며 서로 자리를 밀어내면서 때로 주체를 대신하기까지 한다. 주체는 뒤로 물러나 있고 그 대신 대상이 뚜렷한 형상으로 다가오는 세계. 박소원의 시는 주체가 물러나고 대상이 앞서 나오면서 그 대상의 기호들이 펼치는 향연으로 빛난다. (……) 박소원 시를 표면에서 장식하는 기호는 거칠게 줄이면 두 가지 성격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자아의 시간 층을 축조해 온 ‘가족사’이고, 다른 하나는 자아에 현실적 구체성을 불어넣어 주는 ‘여행’이다. (……) 박소원 시는 집에서 멀어지는 여행과 그것에서 깊어지는 시간 탐색으로 ‘나-자아-화자’가 발화하는 기표를 끊임없이 생산해 낸다. 그로써 자문-자답으로 이어지는 자기성찰의 시적 세계를 일구어 왔다. 자기성찰은 대체로 자기치유의 과정이 되는 법이고 박소원 시에서도 그것은 ‘카오스적 혼돈’에서 ‘코스모스적 세계’를 회복하는 정화 과정을 보여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박소원 시는 미처 기록하지 못한 더 많은 시간 층을 발견하고 여전한 탐색의 과정에 서 있다. 이미 지나온 줄 알았지만 다시 지나가야 생이 그 앞에 아직 두텁게 놓여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시인은 ‘거칠고 지친 목소리’이지만 그걸 ‘새 목소리’로 내야 할 터. 그것이 시인의 숙명 아닐까. ‘지난 시간’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시간이라면 그것은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내생(來生)과 다름없는 것, 박소원의 시는 이제 그 내생의 기록을 향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말 드디어 한영시집을 펴낸다. 삼십대 후반쯤이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출간을 후원했던 실비아 비치, 그의 서점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그 무렵에 글을 쓰는 꿈을 가졌다. 최승자의 시 “내가 더 이상 나를 죽일 수 없을 때 / 내가 더 이상 나를 죽일 수 없는 곳에서 / 혹, 내가 피어나리라”(「이제 가야만 한다」에서)는, 문학이 어쩌면 나를 구원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고통스러운 찰나마다 꿈과 희망이 꿈틀거렸다. 홀로 자주 슬펐다. 그 사이 시인이 되었다. 3권의 창작시집과 한중시집『修飾哭聲:울음을 손질하다』, 한러시집『예니세이 강가에서 부르는 이름』을 출간했다. 그리고 이 한영시집『아,아』에 이르기까지 내 안의 ‘상처’를 너무 많이 건드려왔다. 상처와 상처 사이에서 본 얼굴들이 점점 선명해졌다. 종종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꽃이 피고 달이 뜨듯, 나는 ‘당신’을 읽고 ‘당신’을 쓴다. 상처의 다른 표정은 그리움이었을까. 그 위에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는 동안 ‘당신’을 바라보는 낙으로 살았다. 읽고 쓰는 시간이 차곡차곡 축적되는 하루다. 틈틈이 훅 훅 침입하는 외로움 고독이여, 내내 내게 머물러주시길! 2024년 7월 동탄 반송동 나루마을에서 박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