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풍경과 사람이 서로를 빚는다. 풍경은 사람의 심성을 빚고 사람은 풍경으로 삶의 지혜와 철학을 빚는다. 노대바람처럼 치솟다가도 명지바람처럼 서로를 어루만진다. 부딪고 깨지지만 꿈꾸고 사랑한다. 붉고 푸르고 검은, 때로는 해무 자욱한 바다라는 책을 펴고 생의 밑줄을 치며 산다. 나는 바다를 따르고 보듬고 타고 노는 그 순정한 부족과 23년을 살았다. 그리고 떠났다. 그래서 안다. 구룡포는 어설픈 깜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걸. 제아무리 아름답게 꾸민 말과 글귀도 원주민 고유 시선과 성정에 이르지 못한다는 걸. 가장 오래 깊게 바라본 고향,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구룡포 곳곳을 담는 황보관현 씨 모습이 보인다. 풍경 너머 속내에 조용히 귀 기울여 주는 조아라 작가의 시간도 보인다. 이 책은 함부로 부수고 으스대고 치장하느라 혈안인 세상을 향한 순정한 고백이자 일침이다. 간수를 뺀 마음으로 들여다볼 일이다. 거친 바람과 물보라가 무엇을 빚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