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신화보다는 수필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신간 나오길 기다리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아껴읽으며 힘겨운 20~30대를 보냈는데, 선생님의 신간을 못보고 견디며 살아간지 어느새 15년이나 되었네요.그러는 동안 "숨은그림찾기"는 제 인생의 화두가 되어있었습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그 새 환생하셨으면 이제 슬슬 동화 정도는 쓰실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요? 얼른 다음 신간을 보여주세요.
어제 서점에서 선생님의 "위대한 침묵"이라는 에세이 집을 읽었습니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 왔습니다. 소박한 시골 생활을 즐기시는 생활모습이나 이웃집 아저씨같은 얼굴모습 속에 친밀감을 느꼈고, '내가 그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그들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오로지 이 믿음에 의지해서 살뿐이다. 행복은 내가 덤으로 누리는 마음의 한 상태다' 라는 선생님의 말씀.. 곰곰히 음미하며 동감했습니다.
선생님덕으로 많은 양식을 얻었습니다. 너무 안타깝고 슬픕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
8월 27일에 KE001, 도쿄를 거쳐서 LA까지 다시 토쿄를 거쳐 돌아오는 4박 5일의 약간 숨 가뿐 비행을 다녀왔다. 그 동안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신문이나 국내 뉴스를 점하지 않아서 서울 도착쯤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2명이 사퇴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31일에 돌아와서 용미리 산소에 가는 길에 이윤기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뜬 사실을 알았다. 겨우 63살. 작가로서 한창 무르익은 작품을 내 놓을 나이이고 아직 할일이 많고 그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왜 그렇게 빨리 데려갔는지 안타깝다.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도 계속해서 나와야 되고 소설도 써야 되고..... 2003년 그가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문구의 작고 소식을 접하고 [문구 형님]이란 산문을 썼다. '.. 신문을 한장 집어 들었다. 문화면에 실린 장례식 사진 한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믿어지지 않았다. 이문구 선생의 장례식이었으니. 영정을 든 상주가 젊어 보였다. 선생의 책에도 이름이 등장하는 '산복이'가 저렇게 컸구나 싶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비행기 좌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윤기는 이문구보다 2년 더 많이 살다 죽었다. 그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으며 역시 고졸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애착을 가지는 글을 쓰곤 했다. 노무현이 타계한 나이에 세상을 떴다. 이윤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저승의 신 하데스를 이야기 하면서 한번 이르면 다시 올 수 없는 땅이어서 하데스의 호명을 받으면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 찢어진다고 했는데 그 하데스의 땅으로 갔다. 몇년 전에 나는 이윤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쓴 적이 있다. [얼마전 이윤기가 소설책을 두 권 냈다고 하기에 사 봤다. 좋아하는 가수의 판이 나오면 사서 듣듯이 나는 이윤기의 책을 기다린다. 번역가 신화연구가 소설가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그는 첨에 번역으로부터 시작했으며 번역자의 이름을 보고 책을 고르는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번역가 중의 한 사람이다. 신화하면 생각나는 사람을 들라면 외국은 벌핀치, 조지 캠벨등이 있겠고 우리나라는 단연코 이윤기다. 내가 신화에 관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 했을 때 거긴 거의 이윤기의 독무대였다. 그의 딸이 묻는다. -아빤 왜 돈 안되는 인문학을 했어요? 뭐라고 구라를 풀며 대답을 했겠지만 지금은 이 질문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밀리언 셀러가 되는 등 책이 많이 팔려서 돈을 수 억 벌었기 때문이다. 보통 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가 다른 경우가 많은 데 이윤기는 자기가 뿌리고 자기가 거두는 경우가 되었다. 빵빵한 지식과 견문을 바탕으로 한 그의 소설과 에세이가 전해주는 묵직한 삶의 메시지에 나는 매료되곤 한다. 그는 잘못 된 번역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This confirms authenticity and antiquity of myth.를 사전식으로 ‘이것은 신화의 확실성과 고유성을 입증한다. 라는 식으로 번역한는 것을 통탄한다. 솔직히 그런거라면 사전만 찾을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은 ‘이것만 보아도 신화가 얼마나 우리 삶에 닿아있고 오래된 것인지 알 수있다.’라고 번역해야 한단다. 이렇게 번역도 쌈빡하게 해 주니 내 어찌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비록 그를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만날 일도 없지만 그의 책으로 부터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에 이윤기는 나의 스승이다.] 나는 그를 이제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올 여름 나는 세상의 스승 한명을 잃었다. 나의 책 꽂이에는 아직 읽지 않은 그가 번역한 소설 책 한 권이 꽂혀 있다.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제 청년기는 윤택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