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사한 총탄처럼 어지럽게 흩어진 ‘역사적 사실’의 파편을 재료로 ‘인간적 진실’에 다가서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다. ‘있을 법한 일’이 아닌, ‘발생한 사건’을 소재로 소설을 완성한다는 건 쉽지 않다. 몇 개의 촛불만으로 어둠을 온전히 밀어내 세상 전부를 밝히는 것이 난감한 것처럼. 그러나, 인간과 문학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미 몇 세기 전부터 명민한 소설가는 상부구조만으로 토대를 미루어 해석해왔다. 그 해석이 탁월한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 이 책은 홍기훈이 바로 그런 소설가, 즉 역사적 사실과 상부구조로 인간적 진실과 토대 해석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준다. 해서 읽는 기쁨이 각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