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작가처럼 읽는 법』, 『막다른 길의 선택들』,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 시대를 앞선 발상으로 아르누보 예술을 이끈 선구자의 생애와 작품』, 『저항의 예술: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세계 문화 여행: 프랑스』 등이 있다.
1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며 눈에 띄는 변화들이 생겨났다. 집 앞마당과 텃밭 둘레에는 여기저기 울타리가 세워졌고 초원을 가로지르던 오래된 마차 길은 이제 제법 길다운 모양새를 갖추었다. 나무들은 믿기 어려울 만큼 무성하게 자라났다. 특히 미루나무들은 어떤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유쾌하게 잎사귀를 흔들며 잠시도 침묵하지 않은 채 춤을 추듯 살랑거렸다. 마차를 타고 건너온 이방인이 아니라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샤퍼와 크라츠, 로덴바흐와 게브하르트 집 안의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기 시작했다. 가을이면 바짝 마른 덤불이 바람에 굴러다니고 여름이면 태양이 이글거리며 겨울이면 눈이 켜켜이 쌓이는 그곳에는 이제 여섯 기의 무덤이 자리 잡았다.